지난해 대출 규모 19조 육박
2019년 비교해 61.7% 늘어나
고금리 등 채무상환 여건 악화
제주지역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19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금리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영난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6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도내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18조6,000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11조5,000억 원과 비교해 61.7%(7조1,000억 원)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같은 기간 제주지역 자영업 대출 증가율은 62.3%로, 전국 평균(48.1%)을 크게 웃돌았다. 17개 시‧도 중 세종과 경북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도 평균 3억3,000만 원으로, 전국 평균 3억1,000만 원 보다 많았다.
소득수준별로 하위 30%에 속하는 저소득층의 대출이 크게 늘어, 1인당 대출 규모가 2억4,000만 원으로 17.2% 증가했다. 반면 상위 30~70%인 중소득층은 6.2% 줄었고, 1인당 대출 규모도 1억6,000만 원으로 저소득층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또 상위 30% 고소득층도 1인당 대출이 4억9,000만 원으로, 6.7% 감소세를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은 저소득층인 경우 신규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도 저소득층에 집중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연령별로는 50~60대 고령층을 중심으로 대출 규모가 증가했다. 고령층은 저소득층 비중이 높고, 이 시기 2만2,000명 정도가 인구가 더 늘면서 자영업 전환 등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다중채무자(3개 이상)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664점 이하)인 취약차주의 대출 증가폭도 확대됐다. 1인당 대출액은 같은 기간 7.4% 늘어 2억1,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30대 이하 취약차주의 대출은 2억6,000만 원으로 167%나 급증했다.
대출 대부분 제2금융권인 비은행 금융기관 비중이 높았다. 2019년 말 기준 대출은 제1금융권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제2금융권이 64.2%로 역전됐다.
빚은 늘었지만, 채무 상환 여건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고물가에 대응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했고, 향후 통화정책 기조 등을 감안할 때 현재의 높은 대출 금리와 이자비용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지역은 또 비은행권 의존도가 높은 대출구조 특성상 자영업 등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다른 지역보다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또 변동금리 비중이 큰 비은행권의 대출 비중이 높아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 상승폭이 클 수 있다. 여기에 제주지역의 가계부채는 만기일시상환 비중이 전국에 비해 높고 약정만기도 짧아 원리금 상환부담이 일시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관계자는 “제주지역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은 높은 이자비용, 매출 감소 등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채무불이행 등 잠재위험요인의 현실화를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 및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도내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지속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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