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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원 투자한 '일본산 1호 제트 여객기', 일본 기술 고집하다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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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원 투자한 '일본산 1호 제트 여객기', 일본 기술 고집하다 좌초

입력
2023.02.08 17:10
수정
2023.02.08 21: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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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중공업 사업 포기 발표
형식증명 취득 실패... 기술력도 뒤져
'혼다 제트'와 달랐던 경영 방식도 문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해 온 제트 여객기 '스페이스 제트'의 모습. 2월 7일 미쓰비시중공업은 개발 중지와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위키피디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해 온 제트 여객기 '스페이스 제트'의 모습. 2월 7일 미쓰비시중공업은 개발 중지와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위키피디아


최초의 일본산 제트 여객기 ‘스페이스 제트’ 개발 사업이 좌초됐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15년 동안 1조 엔(약 9조6,000억 원)을 투자했지만 잠정 실패로 끝났다.

개발이 장기화하면서 기술이 뒤떨어진 탓이다. 항공기 취항을 위해 필요한 안전성 인증인 ‘형식증명(TC)’도 취득하지 못했다. 미쓰비시의 경영 방식에도 패인이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TC 취득 실패가 주요인... 추가 거액 투자 필요

8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즈미사와 세이지 미쓰비시중공업 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스페이스 제트 개발 포기와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개발을 담당한 자회사 미쓰비시항공기는 회사를 청산하고 직원들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 등 방위 산업분야로 옮긴다.

스페이스 제트는 2015년 11월 나고야공항에서 첫 비행에 성공한 후 3,900시간 시험 비행을 하며 기술을 발전시켰다. 그런데도 사업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TC 취득 불발이다. 이즈미사와 사장은 “TC 취득 절차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다”며 “TC를 취득하려면 연간 1,000억 엔(약 9,600억 원) 전후의 투자를 몇 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시장에 나오는 기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연료(SAF)를 사용하거나 전자동화 기술을 추가해야 해 설계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해 개발 장기화로 기술 자체도 시대에 뒤떨어지게 된 것을 인정했다.

지난 2019년 6월 파리 인근 르부르제 공항에서 열린 '파리 에어쇼'에 등장한 스페이스 제트의 내부 모습. 르부르제=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19년 6월 파리 인근 르부르제 공항에서 열린 '파리 에어쇼'에 등장한 스페이스 제트의 내부 모습. 르부르제=로이터 연합뉴스


일본만의 힘으로 해내려다 결국 실패

일본 자동차회사 혼다의 미국 법인 ‘혼다 제트’의 성공 사례를 들어, 혼다와 달랐던 미쓰비시의 경영 방식을 문제로 꼽는 시각도 있다. 혼다는 TC 획득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처음부터 미국 법인을 세워 현지에서 노하우를 습득했다. 혼다 제트의 8인승 항공기는 비즈니스·개인용 제트기 시장에서 최대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스페이스 제트는 ‘최초의 일본산’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일본 업체만의 힘으로 해내려다 한계를 만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혼다 제트가 개발 책임자를 신뢰하고 일관되게 지지한 반면 미쓰비시중공업은 개발 담당 자회사 사장을 여러 번 교체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쓰비시와 일본 정부의 일본산 여객기 제작 도전이 무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미쓰비시는 태평양전쟁 당시 활약한 ‘제로센’(0식 함상전투기)을 만드는 등 항공기 제작 노하우가 상당했다. 그러나 패전 후 연합군 총사령부가 일본의 항공기 제작을 장기간 금지하면서 기술이 낙후했다.

1951년 미일안보조약 체결 10년 만인 1961년 일본 정부는 자본금을 대 항공기 개발회사를 설립했다.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을 참여시켜 프로펠러 여객기 YS11을 개발했으나, 채산성이 떨어져 만성 적자를 기록하다 파산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장관은 “국산 여객기 상업운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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