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1% 증액'에서 소폭 상향
대만 갈등 빚는 미국 견제 의도 다분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도 언급
대만 "중국, 대만인 주권 존중해야"
중국이 올해에도 군비 지출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역대 최저치 경제성장 목표치(5% 안팎)를 설정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주요국들의 군비 확장을 이유로 들었으나, 대만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재정부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국방 예산을 지난해 대비 7.2% 늘린 1조5,500억 위안(약 292조 원)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소폭 상향이긴 하지만, 이로써 △2020년 6.6% △2021년 6.8% △지난해 7.1%에 이어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게 됐다. 중국 국방비는 2016년 이후 한 자릿수대 증가율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군비 확장은 대만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대만 통일 의지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대만은 물론, 미국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 주석은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연설에서 "우리는 최대의 성의와 최선의 노력을 다해 평화 통일을 쟁취할 것"이라면서도 "무력사용을 포기한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통일 의지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이를 위해선 최후 수단인 '무력 통일'마저 불사하지 않겠다는 엄포였다.
리커창 국무원 총리도 이날 전인대 보고에서 "'단호하게 대만 독립을 반대하고 통일을 촉진해야 한다"며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를 중심에 놓은 채, 투쟁하고 전쟁을 준비하며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이 실제 대만을 침공한다면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인 2027년 이전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리 총리의 이날 언급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리 총리는 또, 이날 보고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동포는 피로 연결돼 있고 양안 간 교류 촉진을 위해 대만 동포의 복지제도를 늘려야 한다"고도 말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 중국이 지속적으로 반복해 온 "외부 세력의 간섭은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내용은 이번 보고에서 빠졌다. 내년 대만 총통 선거가 예정돼 있는 시점에서 대만 내 반중(反中) 여론을 자극하진 않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대만해협 주변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은 양회 개막 전날에도 대만 인근에서 무력 시위를 벌였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정협 개막(4일) 하루 전인 3일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중국 군용기 24대와 군함 4척이 대만 주변에서 탐지됐다. 이 중 일부는 대만해협의 중간선을 넘거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대만 정부는 이날 리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해 "중국은 대만인들이 중화민국(대만)의 주권·민주주의·자유를 고수하는 걸 존중해야 한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중국은 건전한 교류를 위한 환경 조성을 위해 양안 문제를 합리적이며 동등하고 상호 존중하는 태도 속에서 실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내년 초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과의 긴장이 대만 선거 캠페인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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