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주식 매수한 5명 약식기소 공소장 분석
'매수량 4위' 김 여사 대비 소액 거래에도 기소
'단순 전주' 아닌 '수급세력·방조' 여부가 기준
김 여사·도이치 관계 밀접… 檢 수사 결과 주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매수자 5명이 김건희 여사보다 훨씬 적게 주식을 사들였지만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매수자의 경우 주식 거래 규모와 횟수보다는 시세조종 거래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 가담했거나 방조한 점이 입증돼야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도 주가조작 인지 및 가담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고 있다.
매수자 5명 검찰 '약식기소' → 법원 '정식재판 회부'
한국일보가 21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약식기소된 A씨 등 매수자 5명의 공소장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이들은 단순 전주(錢主)가 아닌 수급세력으로 분류되거나 시세조종을 방조한 흔적이 있었다. 실제로 주가조작에 연루된 계좌 주인 90여 명 중 A씨 등과 달리 자금만 대거나 계좌 관리만 맡긴 전주에 대해선 아직 기소된 사례가 없다.
약식기소된 매수자 5명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포섭한 주식거래 선수인 이모씨와 김모씨 권유로 주식을 샀다. 두 사람은 검찰이 파악한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기간(2009년 12월 23일~2012년 12월 7일)에 주가조작을 주도한 '1·2차 주포'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검찰은 매수자 5명이 주가조작에 관여했거나 이를 방조했다고 판단하면서도 가담 정도가 낮다고 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지난해 3월 이들을 정식 재판에 회부해 오는 23일 본격적인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매수자 5명 중 A씨와 B씨는 각각 2009년 12월과 2010년 7월쯤 권 전 회장에게 주식수급을 의뢰받은 '1차 주포' 이씨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주면 손실을 보상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후 고가매수 등 이상매매주문과 대량매수세 형성에 가담하고, 주변에 대규모 매집 사실과 호재성 정보를 흘렸다. 검찰은 A씨와 B씨를 권 전 회장 등의 주가조작 '공범'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다른 3명은 '2차 주포' 김씨로부터 매수를 권유받아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고, 주포와 협의하에 종가관리 및 자전거래를 하며 주식을 매집했다고 봤다. 주식 매수를 대가로 한 손실보상 제안은 없었지만, 검찰은 이들이 주가조작의 '방조범'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C·D·E씨는 본인·가족·고객 등의 계좌로 2011년 12월~2012년 12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각각 △5만4,085주(2억3,355만 원) △6만9,575주(3억2,757만 원) △7만1,000주(3억7,991만 원) 샀다.
김 여사 매수 규모 계좌주 중 4위…도이치 연관성 상당
김 여사는 약식기소된 이들보다 20배 이상 많은 주식을 거래했다. 권 전 회장 등의 공소장 별지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시세조종 기간 김 여사는 최소 125만3,807주(40억7,152만 원)를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여사는 계좌 주인 90여 명 중 매수량 기준으로 네 번째로 많았다.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역시 18만7,644주(6억3,682만 원)를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차 주가조작에 모두 쓰인 계좌 주인은 두 사람뿐이다.
앞서 법원은 김 여사 계좌에서 거래된 16억 원 상당은 주가조작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고 판단했다. 권 전 회장 등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된 1차 작전 기간(2009년 12월 23일~2010년 10월 20일)과 공소기각된 부분을 제외해도, 가장·통정매매 인정 거래 102건 중 김 여사 계좌 이용 거래는 48건이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와 인연이 깊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로 재직한 적이 있고, 도이치모터스는 2010년~2019년 김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전시회에 7차례 협찬했다. 약식기소된 이들은 주포를 거쳐 주식을 매수했지만, 김 여사 모녀는 권 전 회장에게 직접 주포를 소개받아 주식을 매입했고 지속적으로 소통한 흔적이 있다.
검찰 "단순 전주, 수급세력·방조 구분"
검찰은 A씨 등 약식기소된 매수자 5명은 대가 약정 후 주식을 대량매집한 수급세력이거나 주식 매입으로 유통 물량을 줄여 시세조종을 용이하게 해준 방조범이기 때문에, '단순 전주'로 보긴 어렵다고 보고 기소했다.
다만 매수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김 여사보다 많은 172만3,277주(75억8,591만 원)를 사들인 손모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 직접 거래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시세차익을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반면 손씨의 3분의 1도 안 되는 52만8,736주(20억200만 원)를 매수한 이모씨에겐 유죄가 선고됐다. 주포에게 "거래량을 좀 늘려달라"고 전하는 등 시세조종과 관련해 긴밀히 논의한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주가조작을 인식하고 시세조종 거래에 적극 가담했는지 여부가 향후 김 여사 처분과 관련한 검찰 판단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김 여사가 수급세력으로서 역할을 했거나 방조한 정황이 나오지 않으면 기소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검찰은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출석 요구를 포함해 제약을 두지 않고 전주들의 주가조작 인지·가담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