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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살까 쇼핑 고민, 치매 예방에 도움" 고령 소비자 챙겨야 하는 이유

입력
2023.03.22 14:00
수정
2023.03.22 17:21
4면
0 0

[1000만 고령 고객, 매뉴얼이 없다 ②-4]
분쿄가쿠인대학 다카하시 교수 인터뷰

편집자주

2년 후 한국은 고령화 과정의 최종단계인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합니다. 고령자도 경제활동의 중요 주체가 돼야 하는 인구구조죠. 하지만 외국어가 난무하고 무인 키오스크가 지배하는 국내 서비스 업장은 어르신에게 너무 불친절한 곳입니다. 소비활동의 주축이 될 고령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환경을 만들 순 없을까요? 한국일보가 어르신의 고충을 직접 듣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어르신 친화 서비스’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봤습니다.


다카하시 아케미 분쿄가쿠인대학 인간복지학과 교수가 지난달 24일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도쿄=이현주 기자

다카하시 아케미 분쿄가쿠인대학 인간복지학과 교수가 지난달 24일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도쿄=이현주 기자

※ [1000만 고령고객, 매뉴얼이 없다 ②-3]

"日기업 실버산업에 섣불리 나섰다가 실패... 한국기업도 선행연구 필요"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쇼핑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단연코."

사회복지경영과 한국의 복지를 연구하는 다카하시 아케미 분쿄가쿠인대학 인간복지학과 교수는 '구매 행위'가 고령층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설명했다. 무엇을, 어디에서, 얼마나 살 것인지를 고민하는 고령자는 나이게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다카하시 교수는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령자가 활동적인 소비를 하게 되면 쇼핑 품목, 쇼핑 장소 등을 미리 계획하게 될 뿐만 아니라, 외출을 해서 여러 사람과 대화하고 교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자가 홀로 집에 방치되는 게 아니라 바깥에서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게 되기 때문에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건강수명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처럼 노인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인 일본에서는 소비생활이 고령자의 건강을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한다. 다카하시 교수는 "고령자가 편의점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지역의 사회적 보호망이 작동할 수 있다"면서 "고령 단골 고객이 매일 필요 이상의 계란을 사가면, 편의점 직원이 경증 치매를 의심해 행정기관에 연락을 취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 스가모 거리에 위치한 어르신 문화센터에서 장애인 화장실(아래 사진)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81세의 다사키 스미코(위 사진). 다사키는 스가모 거리의 흔한 어르신 노동자 중 한 명이다. 도쿄=이현주 기자

도쿄 스가모 거리에 위치한 어르신 문화센터에서 장애인 화장실(아래 사진)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81세의 다사키 스미코(위 사진). 다사키는 스가모 거리의 흔한 어르신 노동자 중 한 명이다. 도쿄=이현주 기자

다카하시 교수는 기업과 정부가 '소비자'로서의 노인뿐만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노인의 역할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한 노인과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를 나눠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일본에서도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18% 정도이고, 80% 이상은 돌봄이 필요 없는 노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돌봄이 필요 없는 노인은 또 다른 고령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역할로 노동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는 편이다. 스가모 거리나 게이오 백화점 점포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어르신들이 그 예다. 또 다카하시 교수는 "한국 요양원에 가면 돌봄 받는 사람과 요양사의 구분이 명확하지만, 일본 요양원에서는 고령의 요양사들이 많아 돌봄 받는 사람과 돌보는 사람이 쉽게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도 고령자를 소비자와 노동자 양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처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어르신이 어르신을 돕는 문화'가 빨리 안착돼야 한다는 것이 다카하시 교수의 제언이다. 그는 "일본은 지역사회에서부터 고령자끼리 구분 없이 도움을 주고받는 상호부조 문화가 정착돼 있다"면서 "한국도 이 같은 문화를 복지 정책에 도입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회> 일본은 어르신 고객이 '왕'

▶알바생이 치매노인 관리까지... 日 편의점은 고령사회 비추는 '등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30814410005050

▶명품 대신 어르신 신발이…일본 게이오백화점 1층은 한국과 달랐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31015060001528

▶"日기업 실버산업에 섣불리 나섰다가 실패... 한국기업도 선행연구 필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31616040001591


도쿄=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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