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 맥마틴 유치원 사건
1984년 3월 22일 미국 LA지방검찰이 캘리포니아 맨해튼비치의 ‘맥마틴(McMartin) 유치원’ 소유주 맥마틴 일가와 교사 등 7명을 기소했다. 사탄 숭배 의식과 성적 학대 행위를 일삼아 왔다는 혐의였다. 두 차례 기소·재판이 6년여간 이어졌지만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숱한 유언비어와 광기의 집단공포가 지역 사회를 휩쓸었고, 그 잔해를 통해 시민들은 마녀재판과 매카시즘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현실을 두렵게 인식했다.
만 2세 유치원생의 경미한 배변 장애가 소동의 시작이었다. 아이 어머니는 아들의 진술을 근거로 유치원 설립자의 손자가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아이 진술은 확인되지 않았고, 여성에겐 정신질환 병력이 있었다. 그는 유치원 교사를 고소했고, 혐의를 확인하지 못한 경찰은 학부모 200여 명에게 피해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협조 서신을 발송했다. 아이들이 보는 데에서 나체-난교 파티를 벌였다, 희생 제의를 벌인 뒤 피를 나눠 마셨다는 등, 믿기지 않는 주장과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근거 없는 의혹들은 소문으로 증폭됐다. 그 결과가 기소·재판이었고, 인근의 여러 유치원이 휴·폐업했다.
1810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여자 기숙학교를 운영하던 두 여성이 동성애자라는 한 아이의 거짓말 때문에 소송에서 이기고도 결국 학교를 잃어야 했던 일이 있었다. 그 사건을 소재로 미국 작가 릴리언 헬먼(Lillian Hellman)이 희곡 ‘아이들의 시간(The Children’s Hour, 1934)’을 썼고, 오드리 헵번 등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1961)도 제작된 바 있다.
누군가는 거짓말하고, 또 누군가는 거짓말을 옮기고, 진실을 알면서도 남 일이라며 방관하고, 내게 득이 된다고 침묵하고, 진위가 뭐든 다수를 따르는 사람들과 더불어, 아니 그 무리의 한 사람으로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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