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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사본부' 배정훈 PD의 사명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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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사본부' 배정훈 PD의 사명감 [인터뷰]

입력
2023.03.2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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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진행된 웨이브 '국가수사본부' 배정훈 PD 인터뷰
'그것이 알고싶다' 후 새롭게 선보인 '국가수사본부'
'그알' PD는 왜 경찰의 이야기를 다뤘나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 '국가수사본부' 관련 배정훈 SBS PD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웨이브 제공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 '국가수사본부' 관련 배정훈 SBS PD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웨이브 제공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등을 연출한 SBS 배정훈 PD의 새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는 어딘가 다르다. 원색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객관적 시선을 유지한다.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 '국가수사본부' 관련 배정훈 PD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국가수사본부'는 '그것이 알고 싶다' '당신이 혹하는 사이' 등을 연출한 배정훈 PD의 첫 OTT 연출작이다.

이날 배정훈 PD가 인터뷰 중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작품 공개 후 경찰들의 만족도다. 이에 대해 배정훈 PD "(경찰들은) 매 맞는 것에 익숙하신 분들이다. 그들이 잘한 일을 묵묵히 기록해서 색채를 입히지 않고 있는 대로 나갔다. 자녀나 가족들이 좋아하셨다더라"고 언급했다.

작품에서 범죄 현장 장면은 흑백으로 처리됐다. 잔인함과 참혹함을 덜기 위해 색 보정으로 빨간색을 배제한 것이다. 현장의 생생함을 살리면서 선정성을 덜어내고자 했다. 이어지는 화면 구성에서도 그 부분을 강조했다. 이는 제작진의 토론 끝에 완성된 결론이다. OTT 플랫폼이지만 가장 보수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묻자 배 PD는 "관행대로였다면 조금 더 적나라했을 것이다. OTT 작품이기 때문에 더 선정적일 것이라는 플레임을 깨고 반대의 선택을 한 역설적인 부분"이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왜 경찰을 중점으로 다뤘을까. 배 PD는 '그것이 알고싶다' '궁금한 이야기'를 제작하면서 느낀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답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경찰의 실수 혹은 잘못 등을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한 경찰이 배정훈 PD에게 '왜 우리가 잘못한 것만 찾아다니냐'고 물었고 이 질문이 '국가수사본부'의 시발점이 됐단다. 5%의 이야기가 아닌 95%의 좋은 이야기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기획이 시작됐다. "이런 취지의 기획을 하겠다고 했을 때 다들 의아해했어요. 경찰이 잘한 것을 보여주겠다는 이야기가 낯설었던 것이죠."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 '국가수사본부' 관련 배정훈 SBS PD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웨이브 제공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 '국가수사본부' 관련 배정훈 SBS PD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웨이브 제공

OTT를 택한 이유를 묻자 "이 프로젝트에서는 중요한 요소가 질문을 남기지 말자. 상황, 사건, 이야기의 끝을 담아보자. 이런 목적이 중요했다. 그러려면 당연히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비용의 제한을 받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음성 처리, 화면 처리, 앵글의 각도까지 신경쓰는 것은 그가 늘상 해왔던 '관습'이다. 제작진들이 각자의 고민을 담은 완성작들이 에피소드별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OTT로 선보이는 덕분에 작업은 여유롭게 준비됐다. TV 파일럿을 준비할 땐 3개월이 걸렸다면 '국가수사본부'는 1년의 제작 기간을 가졌다. 이는 약 4배 정도의 차이다.

총 7개 팀이 서울 부산 광주 강릉 원주 순천 여수 등의 지역에서 동시에 펼쳐져 제작을 진행했다. 특히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 마약 파티를 벌인 외국인을 검거하는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와 상습적 마약 유통 및 투약 현장을 쫓는 부산진경찰서 마약전담팀 그리고 강도 사건과 씨름하는 강릉경찰서 형사과 등 전국 각지에서 고군분투하는 경찰들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짙은 여운을 남겼다. 각 회차들 모두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제작진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배정훈 PD는 "종료된 사건들 중 경찰들의 생생함, 노고 등이 가장 잘 담긴 것들을 편집 과정에서 선별했다"면서 "피해자가 등장하는 회차인 1, 2회는 방송을 한 달 앞두고도 조심스러웠다. 부산에 내려가서 유족을 찾아뵙고 저희의 취지와 의도, 내용을 말씀드렸다. 오히려 가족들은 두 사람의 행복한 사진을 담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족은 제작진이 재판에 참석하길 원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1심 재판 중이다. 이처럼 실제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한 만큼 아직까지 관련 인물들의 민원은 없단다.

15년간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한 배정훈 PD는 여느때보다 사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많은 제약들 속에서 상대적으로 깊게 들어갔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진 비결이다. "사건의 생생함을 전달하는 것에 있어서 연출은 없어야 했습니다. 시청자들이 '국가수사본부'에서 현장감을 느끼시는 이유가 카메라의 시점 때문이에요. '그것이 알고싶다' 땐 PD가 카메라 앞에 서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했습니다. 반면 이번 콘텐츠는 카메라가 지극히 관찰자의 시선으로 지켜봐요. 거리두기를 한 것이죠. 막내 형사가 되어 현장을 따라다니는 것 같다는 댓글이 생각이 납니다. 실제로 저희의 위치가 딱 그정도였어요. 저희가 상황을 과장한 것도, 축소화한 것도 없습니다."

범죄자들을 쫓는 순간 위험을 느꼈던 순간도 있었을까. 배 PD는 "촬영하면서 우리 옆에는 경찰관들이 있다. 상당히 안심했다. 수사를 잘 하신다. 쫓아가서 잡는 경우는 '하수'라고 하더라. 제압하고 검거하는 장면은 큰 에너지를 쓰지 않는 듯한 상황이었다. 강력계 형사들이 있기에 안심하고 위험한 순간은 없었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 '국가수사본부' 관련 배정훈 SBS PD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웨이브 제공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 '국가수사본부' 관련 배정훈 SBS PD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웨이브 제공

인터뷰 말미 배정훈 PD는 소신을 드러냈다. "피의자의 인권은 피해자의 인권만큼 중요합니다. OTT 프로그램은 아직 방송법의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각자의 보도윤리, 기준을 갖고 만들어가고 있어요. OTT의 양날의 검, 사회적 논의, 제작자들의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꼈습니다."

배정훈 PD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제작자로서 공익적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실화를 가치있는 콘텐츠로 만들어 대중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에는 일종의 사명감이 뒷받침됐다. 그는 "지금까지는 가슴 아픈 이야기, 생생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 이야기를 저만 알고 있는 것은 하등 의미가 없다. 과거 故 김성재 사건 같은 것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 사실 관계를 전달하는 것이 제 직업이다. 제겐 의미가 있는 일이자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자부심을 내비쳤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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