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MZ 방송인 김다나 "KBS 사표 쓰고 유럽여행서 '공자' 만났다"

알림

MZ 방송인 김다나 "KBS 사표 쓰고 유럽여행서 '공자' 만났다"

입력
2023.04.01 10:00
0 0

2018년 KBS에 사표 던지고 무작정 유럽 여행
여행 중 쓴 글 책으로, 북콘서트 기업 특강 인기
다시 방송가 돌아와 TBN '경북매거진' 진행


TBN 교통방송에서 ‘경북매거진’을 진행하고 있는 김다나씨. 2018년 9월 훌쩍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이 순간을 말한다면 유럽’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김광원 기자

TBN 교통방송에서 ‘경북매거진’을 진행하고 있는 김다나씨. 2018년 9월 훌쩍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이 순간을 말한다면 유럽’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김광원 기자

"어느 날 문득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어 KBS에 사표를 던졌어요. 다들 말렸지만 가슴이 시키는 걸 거부할 수 없었죠."

작가 겸 방송인 김다나(32·본명 김혜인)씨는 2018년 8월 KBS 취재리포터 경력이 1년을 막 넘어가고 있을 즈음 느닷없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가장 놀랐던 건 부모님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방송인을 꿈꾸었고, 대학교 4학년 때는 포항MBC에서 5분짜리 아침 방송을 위해 4달 동안 일주일에 며칠씩 새벽 4시에 일어나 대구에서 장거리 출퇴근을 했을 정도로 방송에 진심이었기 때문이었다. 취재리포터로 활동하면서 시민들의 거듭되는 인터뷰 거절에 울음이 터져 나온 날에도 꿋꿋하게 다시 거리로 나가 인터뷰를 따냈을 만큼 근성도 있던 그였다. 부모님은 딸의 변심에 외계인을 맞닥뜨린 듯한 표정이 됐다.

'나'로 살지 못한다면 화려한 삶도 무의미

방송 활동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생각이 그를 안주하지 못하게 했다. '회사 타이틀을 빼고 나면 내가 어떤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하는 고민이었다.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는 이상 방송가에서 일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미치자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결국 '주체적이고 바른 삶을 살고 싶다'는 거창하지만 모호한 모토를 품고 방송국을 뛰쳐나왔다.

"2015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포항MBC, 2015년에서 2017년 여름까지 TBN 대구교통방송국, 2017년 8월부터 KBS 대구방송총국에서 일했는데, 한 번도 타의로 자리를 옮긴 적은 없어요. 더 넓고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서 제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죠. KBS에 사표를 쓴 것 역시 제 의지였어요. 이전과 다른 게 있었다면 방송을 떠날 각오로 다음 스텝을 밟았다는 것이겠죠."

회사를 나온 뒤 오랫동안 계획했던 유럽 여행을 떠났다. 김씨는 "여행을 하면서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면서 "삶의 목표를 더 또렷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논어'와 '맹자'를 필사하던 중학생

그의 남다른 면은 고전에서 나왔다. 중학교 시절부터 아버지의 권유로 '고전 필사'에 도전했다. '논어'와 '맹자'를 비롯해 동양 고전의 주옥같은 구절들을 매일 조금씩 펜으로 꾹꾹 눌러 적었다.

"처음엔 아버지 말씀에 따라 숙제처럼 했는데 나중에는 제 스스로 필사했어요. 옛 성현들의 말씀이 생생하게 살아서 내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 공부 덕분에 세상과 삶의 깊은 부분을 들여다보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9월 한 달 유럽 여행을 하면서 매일 일기를 썼다. 후회나 미련은 한 자도 담기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어깨를 으쓱한 순간이 많았다. '주체적인 삶'이라는 고고한 목표,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면 다 필요 없다'는 스물 여섯의 패기가 일기장에 빼곡하게 들어찼다.

무엇보다 유럽에서 '공자'를 새롭게 만났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찾아 13년 동안 천하를 주유했으나 자기 자리를 찾아내지 못한 공자의 삶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공자는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지만 결코 '브랜드'를 포기하진 않았어요. 공자는 평생 공자다웠습니다. 성공할 때도 실패할 때도, 남이 알아줄 때도 전혀 몰라줄 때도, 공자는 공부하고 가르치고 또 앞으로 정진했습니다. 펜 끝을 통해 공자의 말들이 제 가슴에 수혈되는 듯했어요."

'이 순간을 말한다면 유럽' 출간

유럽에서 돌아온 뒤 자유롭게 쓴 생각을 정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 워크숍에 참여해 여행기를 썼다. 120쪽의 결과물이 나왔다. 다른 참가자들은 대부분 10쪽 남짓이 전부였다. 책으로 묶어보자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펀딩을 시도했다. 그러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2019년, 그렇게 '이 순간을 말한다면 유럽'이 탄생했다.

책을 출간하자 반응이 뜨거웠다. 북 콘서트를 비롯해 낭독 제의와 특강 요청이 들어왔다. 모든 걸 버리고 '나'를 찾아 떠난 MZ세대의 도전정신과 진정성이 통한 것이었다.

"결국 길은 '나' 안에 있었어요. 나다움이 뭔가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또 자신감을 얻었죠."

책으로 얻은 유명세가 다시 그를 방송으로 이끌었다. 2019년 겨울에 한 지역 케이블 방송에서 섭외 제의가 들어왔고, 연이어 각종 광고·홍보 영상에 출연했다. '대구 달서구 수요미식회'를 시작으로 2021년에 본인의 이름을 건 '김다나의 음악 한잔'을 1년간 진행했다. 2022년에는 시사 대담 프로그램을 제의받았고, 같은 해 여름부터 경북교통방송의 '경북매거진'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경북매거진'은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는 것도 재밌고, 또 시사, 인문학, 가요 등 매일 새로운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배우는 것도 많아요. 항상 긴장하게 되고, 그래서 매너리즘에 빠지지도 않을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반짝반짝 눈이 부십니다!"

"시사와 예능 모두에 어울리는 진행자"

그는 "라디오 진행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펴내고, 방송을 하는 등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이겠지만, 핵심은 외부의 그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면서 "보편적인 시간표에 매몰되지 않고 내가 내 기준을 잡고 원하는 대로 맹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범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저는 '네 멋대로 살아라'는 말을 좋아해요. 공자도 결국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굳게 붙들고 '자기 멋대로' 살았잖아요. 그런 생각이 퍼지면 우리 사회 정말 멋진 곳이 될 것 같아요."

그렇다고 독불장군은 아니다. 자신의 '멋'을 지켜주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경북매거진'을 맡고 있는 박정우 피디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라디오 디제이가 처음이어서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늘 용기와 확신을 불어넣어 주고, 긴가민가하는 일에 대해서는 탁월한 해결책을 제시해요. 믿음 안에서 주어지는 자유가 얼마나 달콤한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박정우 피디 역시 "차갑지만 따뜻한 목소리, 달콤하면서도 이지적인 뉘앙스의 독특한 음색과 어조가 시사와 예능 모두에 어울리는 진행자"라고 평가했다.

김씨는 현재 TBN '경북매거진'과 함께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찾아가는 공연' 프로그램에서 클래식과 국악 공연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다나 씨가 TBN 경북교통방송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광원 기자

김다나 씨가 TBN 경북교통방송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광원 기자


김광원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