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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유명 배우가 띄운 대리모 논란… "여성 몸은 인큐베이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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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유명 배우가 띄운 대리모 논란… "여성 몸은 인큐베이터 아냐"

입력
2023.03.3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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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여배우, 외아들 사망 3년 후 미국서 '대리모 출산'
스페인 좌파 연정 "불법"… 보수당 "이타적 대리모는 허용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제3자의 자궁을 빌려 아이를 얻는 '대리모 출산'이 스페인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스페인 유명 배우 아나 오브레곤(68)이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얻게 된 사실이 알려지자 여러 영역에서 논란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에선 법적으로 대리모 출산이 금지돼 있다. "여성의 몸은 출산의 도구나 인큐베이터가 아니다"라는 이유다.

스페인 정부 "대리모 출산은 여성 착취"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스페인 잡지 '올라(Hola)'의 표지 사진이 공개 직후부터 일주일간 스페인 전역의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대리모 논쟁을 촉발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사진은 신생아를 품에 안고 미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의 병원을 나서는 오브레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회적 논란을 의식한듯 오브레곤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사진과 함께 "내 어둠에 사랑으로 가득 찬 빛이 들어왔다. 나는 다시는 혼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올라는 오브레곤이 암 투병을 했던 외아들(당시 27세)을 잃은 지 3년 만에 다시 '대리모가 낳은 여아'의 엄마가 됐다고 전했다.

오브레곤의 대리모 출산을 둘러싼 논쟁은 스페인 정치권으로도 옮겨붙었다. 마리아 헤수스 몬테로 재무부 장관은 "(대리모 출산은) 여성의 몸을 착취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펠릭스 볼라뇨스 총리실 장관도 "누군가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여성의 몸을 사거나 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여성의 자궁과 난자를 빌려서까지 '자기' 아이를 낳고자 하는 건 그릇된 욕망이라는 주장이다.

주로 저개발 국가의 빈곤 여성이 '자궁 임대'에 나서는 현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레네 몬테로 스페인 평등부 장관은 "우리는 위태로운 상황이나 빈곤에 처한 여성들의 현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국 BBC방송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여성들이 고작 4,000달러(약 520만 원)에 대리모로 나서는 남미 볼리비아의 실태를 지난 1월 보도한 바 있다.

게다가 이들은 출산과 임신에 따를 수 있는 위험마저 감수해야 한다. 미국의 산모 사망 사례가 10만 명당 33명에 이를 정도로 여전히 적지 않은 임산부가 목숨을 잃고 있다.


아나 오브레곤 인스타그램 캡처

아나 오브레곤 인스타그램 캡처


성소수자·난임 부부의 '부모 될' 권리?

하지만 미국·캐나다 등 대리모가 합법인 나라에서 아이를 얻은 700여 가정을 대표하는 스페인 단체 '그들은 우리 아이들입니다(Son Nuestros Hijos)'는 대리모 출산을 옹호한다. 성소수자나 한부모·난임 부부가 가족을 이룰 수 있는 현실적 선택지라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해외의 대리모가 낳은 아기2,500명 이상이 합법적으로 스페인 가족의 일원이 됐다.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 사법부 판결에 따른 결과다. 또 스페인에서 대리모 출산은 불법이나, 해외의 대리모를 통한 경우는 처벌받지 않는다.

미국인 대리모를 통해 두 번째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산티아고 가르시아는 "현재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입양을 하려면 15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리모 여성이 모든 것을 선택한다. 자신의 몸을 통제하고 결정을 내린다"고 주장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시민당도 거들고 나섰다. 파트리샤 구아스프 시민당 대변인은 29일 스페인 국영 TVE방송 인터뷰에서 "어떤 형태로도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는 '이타적' 대리모를 허용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5년 전 집권한 스페인 좌파 연립정부는 지난해 대리모 광고를 금지하는 법안을 처리한 바 있다. 또 유럽 최초로 노동자에게 유급 생리 휴가를 제공하고, 10대의 임신중지권을 확대하는 등 여성의 권리를 주요 정책 어젠다로 삼고 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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