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경기침체 시달리는 영국서
"왜 세금으로 지원하나" 비판 나와
"'부자' 찰스, 직접 돈 내라" 주장도
다음 달 6일(현지시간) 열리는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 비용이 최소 1억 파운드(약 1,685억 원)에 달할 예정이라고 미국 타임지가 전했다. 70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보다 간소하게 치러질 전망이지만, 영국 경제가 연일 고물가로 휘청대는 상황이라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타임은 28일 찰스 3세의 대관식을 두고 “왕에게 어울리는 파티에 걸맞은 가격표가 붙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1953년 치러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비용은 157만 파운드로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5,600만 파운드(약 943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관식은 대영제국이 저물어 가는 시기 영국인에게 자부심을 주고자 성대하게 열렸던 직전 행사에 비해 어려워진 경제 사정을 고려해 기간도 짧고 참석자 수도 적을 예정이다. 다만 들어가는 비용이 더 높은 이유는 “과거엔 고려되지 않았던 보안에 쓰이는 돈이 많은 탓”이라고 분석했다.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에 시달리던 영국에서는 ‘대관식 특수’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적지 않은 세금을 들이는 행사에 대한 우려가 엇갈린다. 영국의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의 최근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대관식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은 32%에 그쳤다.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리퍼블릭’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는 “1억 파운드라는 금액도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며 “납세자가 부담하기에는 과도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억 파운드를 한 사람을 위한 행진보다 공공 서비스, 노숙자, 빈곤 문제 등에 쓴다면 많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실이 직접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직 하원의원인 노먼 베이커는 영국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찰스 3세가 엄청나게 부유하다는 사실을 안다”며 “왜 그는 자신의 대관식 비용을 낼 수 없나”라고 물었다. 가디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찰스 3세의 개인 재산은 18억 파운드(약 3조332억 원)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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