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초 연결시대입니다. 글로벌 분업, 기후변화 대응, 빈곤퇴치 등에서 국적을 넘어선 세계시민의 연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행성에 공존하는 대륙과 바다 건너편 시민들의 민심을 전합니다
여기 인도인과 미국인이 있다. 두 사람 가운데 누가 그 나라 정부와 금융시스템을 더 신뢰할까. 정답은 인도인이다. 인도인의 90%가량이 인도 정부와 인도의 금융시스템을 신뢰한다고 밝힌 반면, 미국인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30%,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50%대에 머물렀다. 우리 국민의 경우는 정부 신뢰도는 20%에 머물렀지만, 금융부문 신뢰도는 60% 초반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24일 내놓은 '2022년 주요국 시민의 금융시스템 신뢰도' 조사에서 세계 각국 시민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믿음은 국민소득 수준이나 경제규모와 무관하며, 해당국 정부와 금융기관이 보여 온 행태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서구의 냉정한 금융정책과 달리, 저소득국가로 분류된 인도 정부와 금융기관이 취하는 반시장적이지만 온정적 성향이 국가와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갤럽 조사에 따르면, 금융부문에 대한 자국민의 신뢰도가 높은 국가 명단은 대부분 저소득 국가가 차지했다. '금융기관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95%에 달한 쿠웨이트가 1위에 올랐고, 인도(90%)와 싱가포르(90%), 방글라데시(88%), 인도네시아(86%) 등이 5위권을 차지했다. 서방국가 중에서는 핀란드가 83%로 가장 높았다.
금융시스템 신뢰도 하위 10개국 명단에는 선진국과 후진국이 혼재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랜 내전에 시달리는 레바논의 신뢰도가 4%로 가장 낮았고, 아프가니스탄과 키프로스도 각각 17%와 26% 신뢰도에 머물렀다. 키프로스 다음으로 스페인(27%), 그리스(28%), 이탈리아(36%) 시민들도 자국 금융시스템에 낮은 점수를 줬는데, 이는 해당국 금융회사들이 유럽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보인 행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갤럽은 금융부문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경제발전 수준과 무관하게 나타나는 것과 관련, 다양한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잘 발달된 규제·법률시스템을 갖춘 국가는 신뢰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싱가포르는 엄격한 규제로 유명하며, 쿠웨이트와 인도도 금융부문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시스템 투명성과 책임성을 개선했다고 소개했다.
갤럽은 선진국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에서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정부에 대한 신뢰와 관련이 크다고 분석했다. 레바논의 경우 정부(10%)와 은행(4%)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낮았고, 싱가포르(정부 91%·은행 90%)와 인도(정부 84%·은행 90%) 역시 두 항목이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갤럽은 다만 고소득 국가에서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정부 신뢰도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부문에 대한 해당국의 규제 및 안정성 조치에 대한 신뢰부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갤럽은 "인도·싱가포르의 금융기관에 대한 높은 신뢰 수준은 효과적인 정책 및 규제가 어떻게 대중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밝힌 뒤, "정부와 은행에 대한 신뢰가 높은 이러한 국가는 만일에 발생할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한 내성도 그만큼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