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전 세계 만류에도 파괴
원조 중단에 자금난 시달리자
표변해 “바미안 유적은 중요”
“바미안 석불은 파괴되지 말았어야 합니다.”
22년 전 탈레반의 폭격으로 사라져버린 아프가니스탄 중북부 바미안 지역의 석불 터를 바라보며 최근 탈레반 대원들이 나눈 대화다. 과격 이슬람 단체가 뿌리인 탈레반 정권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지배하는 동안 '우상 숭배'라며 인류 문화유산인 불교 유적을 대거 파괴했다. 미군의 퇴각으로 2021년 재집권한 뒤엔 자신들이 파괴한 유적지에서 입장료를 받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탈레반 정부가 아프간의 불교 문화재를 수입원으로 보고 지역 관광을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탈레반은 2001년 국제사회를 협박하기 위해 곳곳의 불상을 로켓 등으로 폭파했다. 6세기부터 실크로드의 순례자들을 굽어보던 세계문화유산 바미안 석불도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
탈레반 정권은 아프간을 다시 장악한 후 해외 원조 중단으로 자금난에 시달리자 돌변해 관광 수익 올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석불의 흔적만 남아있지만 여전히 큰 상징성이 있는 바미안 유적지에서 아프간인과 외국인에게 각각 58센트(약 700원)와 3.45달러(약 4,4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또 아프간 전역의 문화유산 보호와 입장료를 징수하는 데 1,000명 넘는 병사들을 동원했다. 지난달 카불 국립박물관의 불교 유물 전시회 개관식에도 고위 탈레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탈레반 정권은 관광으로 지역 경제를 부활시키겠다고 홍보하지만 여론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아프간 남성 사예드(22)는 “탈레반은 파괴 전문가”라며 “그들의 유적지 보존이나 재건을 신뢰할 수 없다”고 WP에 말했다. 2021년 각국의 고고학자들이 철수하며 유적의 발굴과 보존, 복원 작업은 모두 중단된 상태다. 탈레반이 벽화와 불상 등 불교 유물을 도굴해 국외로 팔아넘기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관광 활성화도 미지수다. 여성 등 소수자 인권을 탄압하는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비도덕적이라는 게 서방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WP는 바미안 유적에 방문자가 드물었다면서 기념품을 파는 10대 자매가 “손님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며 바미안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마크 리더맨도 “탈레반이 귀환하며 나도 고객들도 아프간 재방문에 관심이 없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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