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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시대입니다. 글로벌 분업, 기후변화 대응, 빈곤퇴치 등에서 국적을 넘어선 세계시민의 연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행성에 공존하는 대륙과 바다 건너편 시민들의 민심을 전합니다
유럽인들은 '합법적인 낙태'에 지구상 다른 지역보다 찬성 성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종교가 없을수록, 이념적으로 좌파 성향일수록, 여성일수록 지지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낙태는 합법이어야 한다'는 의견은 71%, '불법이어야 한다'는 의견은 27%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2월부터 3개월 동안 대륙별 24개국 2만7,285명을 직접 대면 조사한 결과다. 다만, 호주에서는 온·오프라인 혼합 조사 결과를 합산했다.
조사 결과 유럽(10개국)에서는 '합법적인 낙태'를 지지하는 의견이 75%에 달했다. 유럽 중에서도 스웨덴의 경우 95%가 찬성표를 던졌다. 낙태권을 명시하는 헌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프랑스도 합법화 지지율이 87%에 달했다. 네덜란드(85%)와 독일·영국(84%), 헝가리(81%), 이탈리아(79%)도 찬성률이 높았다. 미성년이 부모 허락 없이도 공립병원에서 중절 수술을 받게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스페인도 74%로 조사됐다. 유럽 10개국 중 낙태 합법화 찬성률이 가장 낮은 곳은 폴란드였는데, 이마저도 찬성률은 56%(반대 36%)로 높았다.
미국에선 낙태권을 놓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면서 내년 대선 판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여성 낙태권을 보장한 판례를 폐기, 각 주(州)가 '낙태 제한 혹은 허용' 여부를 정하도록 했다. 이후 50개 주 중 절반인 25개 주에서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법이 줄줄이 발효·제정된 상태다. 보수 성향이 강한 남부와 중부 내륙(텍사스 플로리다 앨라배마 아칸소 조지아 등) 지역이 주를 이뤘다. 반면 뉴욕 캘리포니아 미시간 등 나머지 25개 주에서는 낙태 클리닉 확산, 낙태약 사용 등 낙태 접근권을 정책적으로 더욱 확대하고 있다. 퓨리서치 조사에서는 미국민의 62%가 낙태 합법화를 지지(반대 36%)했다.
아시아에서는 호주(82%)와 일본(81%)에서 지지 여론이 높았다. 한국도 합법적 낙태에 68%가 찬성 의견을 냈다. 반대는 30%. 다만 이슬람 전통이 강한 인도네시아에서는 반대가 83%(찬성 1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합법화 지지율이 낮은 국가에서는 대체로 낙태 규정도 엄격했다. 실제로 브라질(찬성 26%)과 인도네시아(13%), 나이지리아(8%)에서는 임산부의 생명이 위험할 때만 낙태가 허용된다.
'삶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서도 관점이 달랐다. 99%가 '종교가 삶에서 중요하다'라고 밝힌 나이지리아는 무려 92%가 반대 의견(찬성 8%)을 냈다. 인도네시아(종교 100%, 낙태 반대 83%)와 브라질(종교 89%, 낙태 반대 70%), 남아공(종교 85%, 낙태 반대 57%)도 비슷했다. 반대로 스웨덴의 경우 종교를 중요시한 비율이 20%였고, 95%가 낙태를 찬성했다.
퓨리서치는 '경제 발전 정도'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낮은 국가일수록 더 종교적이며 낙태에 부정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 사안들에서 다소 예외였다. 이스라엘은 국민의 99%가 종교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낙태에는 56%가 찬성했다. 미국도 1인당 GDP가 최상위권이고 종교 중요성(62%)도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낙태 지지율(62%)은 고소득 국가 중엔 상대적으로 낮았다.
퓨리서치는 "낙태권을 바라보는 시선은 국가마다 다르고 국가 내에서도 종교 이념 등에 따라 크게 달랐다"라며 "성별에 따라서는 여성의 '낙태 찬성' 비율이 높았다. 다만, 이는 종교나 정치 이념만큼 결정적이진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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