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2023 윔블던 대회 여자 단식 우승은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24ㆍ체코)에게 돌아갔다. 그는 ‘비를 맞아야 꽃이 핀다’는 뜻의 ‘No Rain, No Flowers’를 팔에 새겼다. 그는 뛰어난 신체적 조건과 재능을 타고났지만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부상과 싸우면서 지치고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불안감과 압박에 시달리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고통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았고 그 마음가짐을 팔에 새겼다. 그리고 테니스 선수 최고의 영예 중 하나인 ‘비너스 로즈워터 디시’(윔블던 여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최근 대학 후배가 미국으로 유학 간다는 소식을 전했다. 평소에 커리어 패스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친구였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를 해내더니 이제는 컴퓨터 공학으로 미국에 간단다. 심지어 학부생 때는 문과였는데 말이다. 컴퓨터 공학 학위는 졸업 후 미국 취업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될 것이다. 그 목표를 위한 집념과 실행력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최종 결정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알기에 그가 더 존경스러웠다. 미국에 가더라도 지금까지 그랬듯 분명히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비를 맞아야 꽃이 피듯 현 상태에 대한 불만족 덕분에 문제를 극복하고 더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후배는 분명히 잘 해낼 거라고 믿는다.
우리는 모두 어리고 루키였던 시점이 있었다. 대학 새내기나 신입사원 시절에 그랬을 것이다. 그때는 가능성이 충만해 보였다. 사회도 내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듯이 대했고, 나 역시 미래에 기대를 가졌다. 이곳에서 더 성장하고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시간이 흐른다. 대부분은 인생에 굴곡이 있다. 기대를 품고 온 회사는 실망스럽고 앞날은 모호하며 나는 너무 평범하다. 미디어에는 어린 나이에 성공한 비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친다. 20대 나이에 세계적인 기업을 세운 창업가, 10대부터 글로벌 스타가 된 아이돌. 하트 시그널 같은 프로그램에는 뛰어난 외모에 학벌까지 갖춘 ‘금수저’가 나와 부러움을 자극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들처럼 꽃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늦었다’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쩌면 그렇게 말하는 게 더 편해서인지도 모르겠다.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고 해내야만 할 것 같은데 이루지 못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지 않은가. 이젠 늦었다고 말하면 조금 씁쓸하지만 단지 타이밍이 문제인 것처럼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늦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30대가 되어 돌이켜보건대, 늦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친구가 로스쿨에 가겠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이미 늦지 않았냐는 말이 쏟아졌다. 이미 회사 다니느라 머리가 굳었는데 대학교 때부터 공부만 한 어린애들을 따라갈 수 있겠냐, 어차피 좋은 로펌 못 간다는 우려였다. 지금 그 친구는 졸업해서 변호사로 잘살고 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원하는 게 있으면 그냥 하고, 고난이 있거든 꽃 피우기 위해 비가 오고 있다고 생각하자. 비는 언젠가 그칠 것이고 그것을 버틴 나는 더 강해져서 꽃 피울 수 있다. 부상을 극복하고 끝내 윔블던에서 우승한 본드로우쇼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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