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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짜리 ‘리니지 아이템’ 먹튀 사건… 법정 다툼으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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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억짜리 ‘리니지 아이템’ 먹튀 사건… 법정 다툼으로 비화

입력
2023.07.31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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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M 이벤트서 얻은 1억 아이템
엔씨가 회수해 길드에게 나눠줘 논란
아이템 뺏긴 게이머, 엔씨에 소송 제기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PC게임 '리니지'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PC게임 '리니지'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엔씨소프트 제공

한 게임 이용자(유저)가 길드(게임 내 공동체)원과 함께 싸워 시가 1억 원에 달하는 게임 아이템을 주운 뒤, 이를 독차지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유저는 길드 내부 규율을 어겼지만, 단지 이를 이유로 게임 운영사가 강제로 아이템을 빼앗아 길드에 다시 나눠줄 수 있을까? 아니면 길드 안의 분쟁으로 보아, 자발적 해결에 맡겨야 하는 것일까? 게임 속 아이템의 '소유권'을 둘러싼 게이머와 운영사 간 다툼이, 실제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모바일게임 '리니지M' 유저 A씨는 27일 서울중앙지법에 리니지M 운영사인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약관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운영정책과 이용약관 중에 △아이템 단체 사냥 시 사전 합의를 위반하고 부당한 이익을 취하면 안 된다는 내용 △콘텐츠의 저작권 및 지식재산권은 회사 소유이며 회원에겐 이용권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법률에 저촉돼 부당하다는 취지다. 천호성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스커버리)와 법무법인 에스엘비가 A씨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소송 제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스1

사건은 리니지M에서 지난 4월 29일 진행된 이벤트에서 시작됐다. 게임 내 특정 보스를 죽이면 '에오딘의 혼'이란 아이템이 100% 나오도록 한 행사였다. 현금 1억 원 가치가 있는 아이템으로, 리니지M 유저들에겐 엄청난 화제가 됐다.

당시 길드 사람들과 함께 사냥을 하던 A씨가 이 아이템을 잽싸게 낚아챘다. 이 경우 관례적으로 길드원과 처분 방식을 함께 논의해야 했지만, A씨는 이내 생각을 바꾸고 길드를 탈퇴해 아이템을 혼자 차지하기로 했다.

여기서 엔씨가 문제에 개입했다. 길드 구성원들의 신고를 접수한 엔씨는 A씨 계정을 정지시킨 후, 아이템을 회수해 길드에 건네줬다. '아이템 먹튀'에 대한 인과응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반발도 만만찮았다. "아이템 입수 과정에서 불법이 없었는데도, 관례에 따르지 않았단 이유만으로 게임사가 이를 강제로 빼앗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었다. 결국 A씨는 엔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PC게임 '리니지'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PC게임 '리니지'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엔씨소프트 제공

이 소송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①게임사의 개입이 적절했는지와 ②아이템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다. 우선 엔씨는 자사 운영정책을 근거로 아이템에 대한 개입이 합당했다는 입장이다. 운영정책 3조와 6조에는 '단체 사냥에서 아이템 분배에 대한 사전합의를 위반하고 부당이익을 취한 사람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반면 A씨 측은 "길드 내에서 사전에 어떻게 아이템을 나눌지 협의한 적도 없었다"며 "아이템을 팔지 않고 소유만 하고 있어 운영정책에서 말하는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다.

소유권 문제에서도 양측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엔씨는 아이템 소유권 역시 이용 약관에 따라 전적으로 회사 쪽에 있다는 입장이다. 엔씨 이용약관 17조에는 '회사가 제작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은 회사 소유'라고 적시돼 있다. 유저가 회사로부터 아이템 이용권을 빌리는 것일 뿐 소유권은 없기에, 소유권자(엔씨)가 A씨에게 해당 아이템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A씨 측은 "유저도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유저도 게임사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데이터를 쌓는 주체이기 때문에, 저작권이 있는 제작자의 일원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소유권이 회사에 있더라도, 사측이 마음대로 유저 이용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이템을 돌려줘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 "사회적 합의 필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룰을 만드는 게 게임사라면 유저들은 게임 문화를 만드는 구성원"이라며 "유저들의 권리를 억압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약관과 법리를 따져 봤을 땐 게임사가 유리해 보인다"면서도 "아이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법원이 이번 소송을 통해 아이템 소유권 문제와 운영사의 개입 적정선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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