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서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문의가 쇄도하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되지 않았으니 안심하라’는 공지가 붙는가 하면, 무량판인지 아닌지 진실게임이 벌어지는 단지까지 생길 정도다. 4월 무너진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에 이어 무량판 구조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 지하주차장 15곳에서도 철근 누락이 발견되자 무량판 자체에 공포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으로만 상판을 지지하는 방식이다. 벽이 천장 하중을 받치는 벽식 구조나, 기둥과 수평인 보가 받치는 기둥식(라멘) 구조와 비교해 장점이 적지 않다. 공간 효율성이 높고 건설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 주거동의 경우 내부 구조 변경도 용이하고 층간소음도 적다. 이러니 국토교통부가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가산점을 주고, 정비사업 때 용적률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무량판 구조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무량판 공포감이 커지는 데는 정부 책임이 적지 않다. 무량판 구조 민간아파트 전수조사는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무량판 자체가 아니라 철근 누락 등을 방치한 부실공사가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어야 한다. 심지어 정부가 장려해온 주거동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면서도 세대와 세대는 벽체로 마감하기 때문에 오롯이 기둥으로만 하중을 버티는 지하주차장과는 다르다는 점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
자칫 이번 조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나와도 무량판 구조라는 이유만으로 입주민들의 불안이 지속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어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량판 구조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는데 정부는 실상을 명확히 알리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불안 해소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게 철저히 조사를 마무리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9월 말이라는 자체 시한에 쫓겨 조사마저 부실하게 끝난다면 또 다른 불안만 증폭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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