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국무원, 최소 10개 성에 조사팀 보내" 보도
"지방정부 부채 94조 위안 육박"... 심각성 신호
비구이위안 파산 땐 '부동산 업체 줄도산' 우려
중국이 각 지방정부에 '부채 해결 태스크포스(TF)'를 긴급 파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지방정부 재정난이 심각해졌다는 방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급부상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지방정부들의 재정 파탄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FT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최근 재정 상태가 취약한 최소 10개의 성(省)에 채무 조사팀을 파견했다. 각 팀에는 재정부와 중앙은행, 증권관리감독위원회(증감원) 등의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러한 TF 파견 계획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지방정부들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각각의 재정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조사 결과는 리창 국무원 총리에게 직접 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을 중국 경제 정책 총괄 격인 리 총리가 직접 챙기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지방 부채 94조 위안 육박"
지방정부 부채 급증은 중국 경제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최근 수년간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입 급감으로 재정난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이어진 2020~2022년 3년간 지출한 방역 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지난 4월 말 현재 지방정부 채무 잔액은 37조 위안(약 6,600조 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중국 지방정부 채무는 무려 94조 위안(약 1경7,245조 원)에 육박한다는 진단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대차대조표에 드러난 공식 채무 외에도, 중국 지방정부의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LGFV)의 차입금 추산치 50조 위안 등을 더하면 이같이 추산된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85% 수준으로, 유럽연합(EU)의 가이드라인 60%를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비구이위안 디폴트, 지방정부엔 악몽
설상가상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도 지방정부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중 하나인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인 10억 달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약 296억 원)를 갚지 못해 파산 위험에 빠졌다. 2021년 대형 부동산 업체 헝다의 부도에 따른 줄도산 사태가 또다시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중국 지방정부는 소유 부지를 건설업체에 매매·임대해 재정 수입 대부분을 충당해 왔다. 2021년 전체 지방정부 수입의 92% 이상이 토지 판매 수입에서 나왔다. 비구이위안이 유예기간(30일) 안에 채무를 해소하지 못하면, 중국 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 붕괴는 물론, 가뜩이나 천문학적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각 지방정부들의 재정을 아예 파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비구이위안은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13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매각 가능한 총 지분만 1조2,000억 위안(약 221조7,000억 원)어치에 이르는 등 충분한 순자산과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자산 매각을 통해 디폴트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회사는 이날 11개 회사채에 대해 14일 증권거래 시장 개장일부터 거래가 정지된다고도 밝혔다. 차이신은 "통상 회사채 거래 정지는 채권 관리에 들어간다는 뜻"이라며 "조만간 후속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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