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생겨도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장기를 ‘침묵의 장기’라 부른다. 대표적인 장기가 간인데 또 다른 침묵의 장기가 바로 ‘식도(食道)’다.
식도암이 발생해도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조기 진단ㆍ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암이 진행돼 암세포가 식도를 막으면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지고 통증이 발생한다. 식도 협착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됐을 때가 많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신규 암 환자 25만여 명 가운데 식도암 환자는 2,800여 명으로 전체 암 환자의 1.7% 수준이다. 그러나 식도암은 늦게 많이 발견돼 5년 생존율이 40.9%에 그치고 있다. 식도암은 60~70대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식도암은 발생 위치에 따라 경부식도암, 흉부식도암, 위-식도 연결 부위 암으로 나뉜다. 세포 형태에 따라 편평상피세포암, 선암, 육종, 림프종, 흑색종 등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편평상피세포암이 90~95%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한데, 5년 생존율은 10~25%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식도암은 술과 담배가 주원인이다. 역학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암 발생률이 4.5배 증가한다. 술을 즐기는 사람도 금주하는 사람보다 암 발생률이 2~3배 높다.
식도암이 발생하면 식도가 좁아져 식사하기가 불편해지고 식사량이 줄면서 심한 체중 감소와 영양실조 등이 생긴다
암이 식도 내강을 거의 막으면 삼켰던 음식물이 다시 입으로 올라올 수 있다. 입으로 올라온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기침, 흡인성 폐렴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암이 성대를 지배하는 되돌이 후두신경을 침범하면 성대가 마비돼 목이 쉬고, 식도 바로 뒤의 척추를 침범하면 등쪽이 아프게 된다. 기도를 침범하면 기침, 객혈 등이 생긴다.
박효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식도암 치료는 점막에만 국한된 조기 식도암이라면 내시경점막하박리술(ESD)을 시행한다”고 했다. 림프절 전이가 없다면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은 일괄 절제 및 완전 절제율이 우수하고 수술 후유증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술로 절제 가능한 식도암은 최근 흉강경을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수술 후 삶의 질이 나빠질 것이 예측되거나 함께 발병한 다른 질환이 있거나, 수술로 잘라낼 수 없다면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다.
조재일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는 “식도암은 한동안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조기 발견이 되고 수술과 항암 치료 및 방사선 치료 등 치료법이 좋아지면서 최근에는 치료 성적이 매우 좋아졌다”며 “이제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고 했다.
식도암 때문에 식도가 좁아져 음식물을 먹을 수 없다면 내시경을 이용해 스텐트를 삽입하고 좁아진 식도 내강을 넓혀 음식 섭취를 도와준다.
식도암은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도암의 5년 생존율은 크게 낮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근 연구 결과, 편평상피세포암을 일찍 발견하면 95%까지 완치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식도암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ㆍ음주 등 위험 인자를 가진 50세 이상이라면 매년 정기적으로 내시경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커피ㆍ차 등 뜨거운 음료나 국물을 즐기는 것이 식도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신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음주ㆍ흡연은 대표적인 환경 요인이며, 이 밖에 뜨거운 음료나 음식 섭취, 염장 음식이나 가공육 섭취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영국암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절인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식도암 발생 위험이 2배까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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