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휩쓸렸다 구사일생 구조된 병장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입원 중"
임성근 사단장 찾아오지도 않아
과실치상·직권남용으로 고발
"아들은 처음 통화에서 '엄마 내가 채 상병을 못 잡았다'고 울었습니다."
경북 예천 수색 작전의 생존 장병인 해병대 A 병장의 어머니는 13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내 울음을 삼키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A 병장은 지난 7월 19일 예천 실종자 수색 당시 급류에 휩쓸렸던 3명 중 한 명으로, 채 상병과 함께 50~80m가량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구조됐다.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세를 보이는 A 병장은 병가를 내고 영외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A 병장 어머니는 사고 직후 아들이 걱정돼 면회라도 하려 했지만 해병대가 이를 막았다고 전했다. 사고 17일 후에야 휴가 나온 아들을 처음 만났지만 몹시 불안해했다. 어머니는 "늘 잠꾸러기였던 제 아들은 집에 와서 하루도 편하게 잠을 못 잤다"며 "땀을 뻘뻘 흘리며 깨기도 했고, 어느 날은 울면서 깨는 모습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돌아오지 못하는 채 상병과 그 복구작전인지 몰살작전인지 모를 곳에 투입됐던 그 대원들 모두 제 아들들이다. 제 아들들 모두 정상으로 돌려놓으라"며 울었다.
하지만 해병1사단 임성근 사단장은 생존 장병들을 한 번도 찾아오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고 한다. 또 생존 장병을 위한 트라우마 치료는 집단으로 이뤄진 교육이 전부였다고 한다. A 병장 어머니는 "제 아들들한테 사과할 시점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는 실망감을 넘어 정말 배신감을 느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당신은 작전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을 전우라고 생각하고 있느냐, 아니면 (대원들은) 그저 당신의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였느냐"고 분노했다.
A 병장 어머니는 이날 오후 업무상과실치상·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임 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그는 "저는 이런 참담한 현실에 제 심장이 뜯겨나가는 분노를 표하며 해병1사단 임성근 사단장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생존 장병 가족이 임 사단장을 고발한 것은 처음이다.
고발대리인 강석민 변호사는 "A 병장은 입수명령에 따라 물에 들어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나왔다"며 "입수 명령을 내린 임 사단장이 과실이 있고, 임무 수행으로 A 병장의 건강권이 침해돼 직권남용죄도 성립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24일 경북경찰청에 대대장 2명(중령)에 대해서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사건을 재이첩했다. 해병대 수사에서 혐의자에 포함된 임 사단장, 여단장, 중대장, 중사급 간부는 혐의를 빼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경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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