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층에 ‘주거 사다리’를 제공하겠다며 추진했던 주택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을 잇달아 거둬들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특례보금자리론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50년 주담대의 경우 대출 이용자 중 40대 이상 비중이 높고 다주택자도 많아,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데다 최근 급증하는 가계대출의 주원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은행이 본격 취급하면서 7, 8월 두 달 동안에만 7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대출자 중 절반 이상이 주택 소유자였으며, 다주택자도 18%에 달했다. 올해 1월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제한을 없애 인기가 높았는데, 이 역시 연 소득 1억 원 초과자와 시세 6억 원 초과 주택의 경우는 판매를 이달 말 중지하기로 했다. ‘주거 사다리’ 정책이 ‘투기 사다리’로 변질된 채 집값 상승 기대감을 부추기고 가계부채만 부풀리고 만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사과도 없이 일선 은행에 그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50년 주담대 급증에 대해 당국은 “은행이 무분별하게 다주택자와 집단대출자 등에게 공급해 투기수요를 불러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주택자와 임대ㆍ매매 사업자들이 50년 주담대에 몰려들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지난 3월 금융위가 다주택자와 임대ㆍ매매 사업자 주담대 금지 규제를 없앴기 때문이다.
정부가 다주택자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은 미분양 증가 등 주택시장 침체가 금융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기가 최악이었다.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과 가계대출 안정을 위해 지난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주담대는 안정세를 유지했는데, 정부가 상반된 주택 대출 완화 정책을 펴면서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불안을 키워 향후 경제 정책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 이제라도 정책 실패를 솔직히 사과하고, 청년 주택 정책의 공공성 강화 등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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