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서 40여 년간 한센인을 돌봤던 마가렛 피사렉(88) 간호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고국인 오스트리아에서 선종했다. 2005년 고국으로 귀국해 요양생활을 하다 최근 골절 수술을 받던 중 하느님의 부름을 받았다. 천주교 광주대교구에 따르면 마가렛 간호사는 생전에 “사회를 위해 시신을 대학에 해부용으로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남겨 장례 절차조차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무한한 인류애와 박애정신에 그저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다.
동료 간호사였던 마리안느 스퇴거(89)와 함께 마가렛 간호사는 1960년대 한센인 격리 수용지였던 전남 고흥의 소록도를 찾아 수십 년간 헌신적인 삶을 살다 갔다. 의료진이 부족했던 시절 한국인 의사조차 환자와의 접촉을 꺼렸지만, 두 푸른 눈의 천사는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환자의 짓무른 손과 발을 소독하고, 고름을 닦아냈다. 세상에서 가장 소외됐던 한센인의 아픔과 고통을 온몸으로 보듬었던 두 사람의 일화는 차고 넘친다. 오스트리아 수녀회에서 보내오는 생활비도 환자 재활치료나 영아원 운영에 보탰다고 한다. 고인은 소록도 사람들로부터 ‘할매’라는 호칭으로 불리길 좋아할 만큼 스며들었다. 마가렛 간호사는 나이가 들어 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하자 “불편을 주기 싫다”며 홀연히 고국으로 돌아갔다. 귀국 후 치매증상을 앓던 마가렛 간호사는 소록도에 대한 기억만큼은 또렷했다고 하니 치명적인 질병조차도 한센인에 대한 한결같은 애정을 없애진 못했다. '소록도 천사' '한센인의 어머니'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소록도 한센인들은 그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한 달간 추모미사를 지내기로 했고, 각계의 애도와 추모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센인에 대한 편견 못지않게 다양한 행태의 혐오와 증오, 차별은 오늘의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마가렛 간호사의 선종이 그의 인간애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