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시장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글로벌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일 4.8%까지 치솟으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달러화는 더 강해지는 반면 다른 나라 통화들과 주식 시장은 약세를 띨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63.5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고, 코스닥은 4%나 하락 마감했다.
금융시장이 요동친 건 고금리 시대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물가안정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통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뒤 금리 인상이 곧 끝날 것이란 그동안의 기대는 설 자리를 잃었다. 상당기간 고금리가 지속되고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가계와 기업의 빚이 크게 늘어난 우리에겐 비상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7년 92%에서 지난해 108%까지 상승했다. 비교 가능한 26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기업 부채도 147%에서 173%로, 두 번째 상승폭을 기록했다. 더구나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최근에도 매월 6조 원 안팎 불어나고 있다. 고금리로 한국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소비 여력이 줄어 경제 회복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국제 유가도 오름세라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가계부채가 불어난 데엔 정부의 책임도 크다. 집값 경착륙을 막기 위해 연초부터 각종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대출을 통해 매수 심리를 부추긴 게 사실이다. 금리 인상을 통해 부채를 줄여온 미국 등과 비교하면 한국은행도 면죄부를 받긴 힘들다. 부채는 언젠가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다. 무서운 줄 모르고 쓰다 국가부도 위기까지 몰린 게 26년 전이다. 주담대 규제 강화 등 가계부채부터 줄이고 기업과 정부도 선제적 조치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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