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토지 규제까지 풀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4일 민관협력회의를 열고 “투자를 늘리고 국가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토지이용규제를 유연하게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50년 넘게 농지나 임야엔 식품·물류 이외의 공장을 불허해 왔다. 그러나 앞으론 환경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반도체나 배터리 등 전략 물자 공장 건설은 허용하겠다는 계획이다. 1년 넘게 걸리던 인허가 절차도 4개월로 단축된다.
사실상 일본은 ‘반도체 왕국’ 부활을 위한 국가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앞서 반도체 투자엔 세금도 깎아주기로 했다. 막대한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이미 구마모토에 공장을 짓고 있는 대만 TSMC는 물론 일본 라피더스(홋카이도), 미국 마이크론(히로시마) 등이 수조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전폭적 지원과 속도전에 TSMC 구마모토 공장은 미국 애리조나 공장보다 착공은 1년이나 늦었지만 가동은 더 빠를 것이라고 한다.
일본은 원래 반도체 강국이었다. 1980년대 일본 반도체의 시장 점유율은 50%도 넘었다. 그러나 미국이 ‘플라자 합의’와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 환율과 관세로 견제에 나서며 결국 패권을 잃었다. 한국은 이 기회를 잘 살려 메모리 반도체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미중 갈등 속에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국이 다시 일본 지원으로 돌아선 것이다. 기본 실력에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도 갖춘 일본이 미국이란 날개까지 달았으니 앞으로 시장의 판도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달러화 강세로 엔화 가치까지 추락, 일본은 수출 경쟁력도 높아질 판이다.
우리로선 일본의 추격에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민관이 힘을 모아 초격차를 유지할 대응책을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 결국 승패는 우수한 인재를 누가 더 많이 키워내고 경쟁력 강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길게 보고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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