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하마스 전사자 시신서 발견"
현지 지형·무기·병력 정보 등 빼곡
작전 지도엔 '유치원' 위치도 표기
"가자지구 접경 2㎞서 기습 훈련"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도시 기습 공격을 전례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해 온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마스 대원들은 현지 지형과 시설물, 부대 규모, 이스라엘군(IDF) 무기 정보를 깨알같이 적은 '지침 문건'을 소지하고 이스라엘 본토에 침투했다. 문건에는 IDF의 구체적 병력 현황뿐 아니라 전차·장갑차 기종별 대응 방법 등 작전에 필요한 세부 정보까지 빼곡하게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IDF와 민간 자원봉사 단체 등이 이스라엘 영토에 남은 하마스 전사자 시신 등에서 발견한 문건 내용을 보도했다. 전문가들조차 “과거 하마스의 어떤 조치에서도 이 정도의 계획은 없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RPG-7로 50m 거리서 전차 사격" 깨알 지침
작성일자가 올해 6월 15일인 14쪽 분량 문서에는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 남부 메팔심 키부츠(집단농장)에 침투해 주민들을 인질로 잡는 계획이 적혀 있었다. 병사 5명으로 구성된 두 개 팀이 각각 지휘관 한 명과 침투조를 구성했다. ‘공격팀’이 철조망을 뚫는 동안 다른 팀은 지원 포격을 하는 임무를 맡았다. 상세한 메팔심 지도는 물론, △마을에 민병대 1,000명이 주둔하며 △인근 IDF가 3~5분 내에 도착 가능하다는 정보도 담겼다. “협상을 위해 인질을 납치하겠다”는 작전 목표도 포함됐다.
메팔심의 전직 보안 책임자 에얄 핀코는 “문건은 하마스가 스파이, 온라인 공개 정보, 사이버공격 등을 통해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정보를 수집했음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오파킴 키부츠에서 사살된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공공장소와 유대교 회당뿐 아니라 유치원 위치가 표시된 지도도 소지하고 있었다.
전술 가이드라인 책자도 있었다. 이스라엘군 탱크와 장갑차 8종의 사진이 담긴 문서엔 "IDF 주력전차 ‘메르카바’는 RPG-7 등을 사용해 50m 거리에서 사격해야 한다” 등 차량별 세부 공략도 기재됐다. WSJ는 “일부 무장대원이 강력한 IDF 군대와 맞선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걸 암시한다”고 해석했다.
"가자지구 국경 2㎞서 기습 작전 훈련"
하마스의 사전 훈련 영상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날 미국 CNN방송은 하마스가 최근 2년간 외부 선전용으로 공개한 훈련 영상을 분석, “무장대원들이 지난 7일 이스라엘 기습 작전을 그대로 연습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 국기가 그려진 건물에서 인질 포획을 하거나, 이스라엘 침공 당시의 전동 패러글라이드 이·착륙 과정을 사막 지형에서 훈련했다. 방송은 영상 분석 결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6개 훈련장 위치가 특정된다면서 “이 중 2곳은 이스라엘 국경과 약 2㎞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으며 일부는 불과 최근 18개월 사이 건설됐다”고 설명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예지력이 있다”는 게 CNN의 평가다.
하마스 "2년간 준비... 돈·무기는 이란과 헤즈볼라서"
하마스도 철저했던 준비 사실을 인정했다. 레바논에 있는 하마스 대외관계 책임자 알리 바라카는 전날 러시아투데이의 아랍어 채널 RTA아라빅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공격을 2년 동안 준비했다”며 “우리에게 돈과 무기를 제공한 곳은 이란과 헤즈볼라”라고 밝혔다. 다만 “작전 보안을 위해 우리의 우방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며 외부 세력 배후설은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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