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공수처 국정감사]
공수처장 "감사원·해병대 신속 수사"
임기 석 달 남은 처·차장 공백 우려도
출범 3년 차를 맞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초라한 성적표를 두고 질책을 피하지 못했다. 여당은 "이 상태라면 폐지가 낫다"며 '공수처 무용론'을 띄웠고, 야당조차 '감사원의 표적감사 의혹' 등에 대한 굼뜬 수사를 지적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국민 기대에 걸맞은 성과가 없어서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김 처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성과가 없는 기관이 어딨냐"(장동혁 국민의힘 의원)는 지적에 고개를 숙였다. 공수처는 올해 소속검사 17명이 사건 1,200건을 처리했는데, 공소제기(기소)는 전무했다.
장 의원은 "공수처 (처·차장·검사)에 대한 경찰·검찰 수사개시건이 224건"이라며 "오히려 수사받는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장 의원이 공수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경은 지난 7월까지 김 처장을 비롯해 여운국 차장과 공수처 검사 17명에 대해 193건의 수사를 종결했고, 31건은 진행 중이다. 수사 중인 사건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22건), 직무유기(3건), 피의사실공표(3건) 등 혐의 관련으로, 대부분 공수처 업무와 관련한 고소·고발이다.
공수처 존립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됐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3년 동안 노력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냉정하게 성과가 없는 것 같다"며 "대한민국 사법 체계에 공수처가 없어서 문제 될 게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도 "이 상태의 공수처는 오히려 페지가 낫다는 생각 들 정도"라고 거들었고, 공수처가 그간 청구한 구속영장 5건이 모두 기각된 것에 대해 "빵점"이라고 신랄하게 평가했다.
야당은 폐지론 타개를 위해 신속히 수사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감사 의혹 수사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고발이 이뤄졌고, 8개월이 지나서야 전 전 위원장을 처음 불러 조사했다"며 공수처가 '시간 끌기'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처장은 "여러 건의 주요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며 "일부러 수사를 늦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도 늘어진다는 지적에 그는 또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최대한 빨리 증거를 통해 (규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후임 공수처장 인선 지연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회의장에 '후임 인선 작업을 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회의장은 이에 따라 여야에 각 2명씩 처장후보추천위원을 추천해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초대 처장 인선 작업에 비하면 상당히 지체된 상황이다. 김 처장의 임기는 내년 1월 20일까지로, 100일이 채 남지 않았다. 현행 직제규칙상 처장 직무대행을 할 수 있는 차장 임기도 같은 달 말이면 끝난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처장과 차장 공백 시 기소 등 주요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고 했다.
"고위공직자 10건 기소하면 나라 안 돌아갈 것"
한편 이날 김 처장 자리에선 "장차관 수십 명 기소하면 나라 망한다"고 적힌 메모가 포착되기도 했다. 국감 내내 '무(無)성과'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김 처장은 "공수처는 권한이 막강해 절제해서 행사해야 하고, 1년에 한두 개 중요 사건을 하면 된다"며 "공수처가 일을 잘해서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10건을 기소하면 나라가 안 돌아갈 것"이라며 메모 내용을 인용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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