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자료 일부를 고의적으로 삭제한 채 공개했다고 시인했다. 자료 누락이 처음 드러났을 때는 “실수”라더니, 3개월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불식 차원에서 공개한 자료가 조작됐다는 것이니 단순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 7월 23일 홈페이지에 양평고속도 사업과 관련한 지난 7년간 자료 총 55개 파일을 공개했다. 당시 원희룡 장관은 “1조9,000억 원 규모의 국책사업이 사실무근 괴담으로 중단됐다”며 “국민 여러분과 전문가들이 자료를 확인하고 타당성을 검증해 달라”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이틀 뒤 공개 자료의 일부 내용이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다. 양평고속도 타당성조사를 수행한 민간 용역업체가 지난해 3월 작성한 총 38쪽짜리 과업수행계획서에 종점부 위치 변경을 검토한 4쪽이 통째 삭제된 것이다. 심지어 이 자리에 다른 내용이 채워졌고 페이지도 다시 매겨졌다. 국토부는 부랴부랴 “실무진 실수”라며 누락된 내용을 추가해 파일을 다시 올렸다.
지난 2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4쪽 삭제를 누가 지시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국토부) 담당 실무자들이 지시했다”고 답했다. 앞서 용역업체 임원이 국감에서 “(실수가 아니라)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서 삭제했다”라고 증언하자, 실토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토부는 양평고속도 노선 변경에 대해 “지난해 5월말 타당성 조사 착수 보고 당시 민간 용역업체 주장을 수용한 것”이라고 누차 밝혀왔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 종점 변경을 용역업체가 아니라 국토부가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고, 검토 시점도 이보다 최소 2개월여 빨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토부가 어제 내놓은 경위 설명 자료는 용역업체와 실무진 잘못이 뒤엉키는 등 명쾌하지 않다. 정말 떳떳하다면 자료 조작을 지시하고, 또 실수라고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무엇을, 왜 감추려고 한 건지 한 점 의혹도 남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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