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계약 종료… 남은 4마리도 내년까지
우호 상징 선물… 관계 악화 영향 해석도
51년 역사의 미국과 중국 간 ‘판다 외교’ 시대가 저물고 있다. 워싱턴 국립 동물원에 살던 판다 가족 3마리가 미국 팬들의 눈물을 뒤로하고 고국 중국으로 귀환하면서다. 판다를 새로 보내지 않는 것으로 중국이 미국에 불편한 기색을 비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샤오치지 가족’ 떠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미국 수도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 동물원에 임대했던 자이언트 판다 3마리가 8일(현지시간) 중국으로 돌아갔다. 동물원과 중국 정부 간의 임대 계약이 다음 달 7일로 종료되는 데 따른 것이다.
암컷 메이샹과 수컷 톈톈이 2000년 12월 워싱턴에 도착했고 둘 사이에서 2020년 8월 수컷 샤오치지가 태어났다. 샤오치지는 ‘작은 기적’이라는 뜻인데, 메이샹이 더 이상 출산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나이에 낳았기 때문이다.
대여 기간은 세 차례 연장됐다. 그 덕에 메이샹과 톈톈은 2005, 2013, 2015년 각각 첫째 타이샨, 둘째 바오바오, 셋째 베이베이를 얻었다. 샤오치지는 넷째였다.
새끼 판다 3마리는 큰 인기를 누렸지만 2009, 2017, 2019년 차례로 중국에 갔다. 새끼는 양국 계약상 4세가 되기 전에 중국으로 돌려보내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메이샹과 톈톈도 25, 26세로 나이를 많이 먹었다. 23년간 판다를 돌봐 온 보존생물학자 멜리사 송어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판다가 중국 밖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다”고 했다. 추가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이다.
저우언라이의 선물
판다가 워싱턴에 발을 들인 것은 1972년이다. WP가 소개한 판다 외교의 시작은 이렇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을 찾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부부 환영 만찬이 열렸고 영부인 팻 닉슨은 마오쩌둥 주석 다음 서열인 저우언라이 총리 옆에 앉았다. 팻 여사가 테이블에 놓인 담배 깡통의 판다 2마리 로고를 보고 “귀엽다”고 감탄하자 저우 총리가 “드리겠다”고 말했다. “담배를요?”라는 물음에 저우 총리가 답했다. “아니요. 판다를요.”
그해 판다가 워싱턴에 도착하자 수만 명이 동물원으로 몰려들었고, 중국은 미국 다른 지역의 동물원에도 판다를 보냈다. 그렇게 늘어난 미국 내 판다는 한때 15마리에 이르기도 했다. 판다를 보며 중국을 친근하게 인식하기 시작한 미국인들이 많았다.
판다는 1949년 공산혁명과 이후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고안한 문화 아이콘이었고, 우호 외교의 상징물로 활용됐다. 공산주의 우방인 러시아와 북한에 먼저 판다를 선물했고, 20여 년 뒤 미국과 일본에도 보냈다. 환심을 사려한 것은 물론 대가를 바라서였다. 선물한 판다가 많을수록 해당 국가와 중국 간 무역 규모가 대체로 컸다는 게 2021년 연구 결과라고 WP는 전했다. 실리도 챙겼다. 판다 한 쌍에 매년 100만 달러(약 13억 원)의 임대료를 받았다. 판다를 생명체보다는 도구로 취급한 셈이다.
언제 다시 돌아올까
샤오치지 가족이 반환되며 미국에 남은 판다는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동물원에 있는 4마리뿐이다. 이들의 임대 계약도 내년까지라 1년 뒤면 미국에 판다가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스미스소니언은 중국에 판다 한 쌍을 새로 요청할 계획이지만, 주미국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확답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이렇다 보니 미국의 공세적인 중국 견제 정책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판다 외교를 중단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WP는 “껄끄러운 양국 관계를 미국에 환기시키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판다는 미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상징이었다”며 “판다 외교의 시대가 적어도 지금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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