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를 두 달 앞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이 후임자 물색, 판사 성향과 관련한 구속영장 청구 시기를 논의하는 문자 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됐다. 2021년 1월 출범 이후 초라한 성과로 내내 비판을 받아온 터에 월권과 '영장판사 고르기' 논란까지 빚으면서 공수처의 존재가치에 대한 회의론을 부추기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 처장이 지난 10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보면 상식 밖의 일을 모색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 차장이 “강경구, 호제훈은 저랑 친한데 수락 가능성은 제로이고, 강영수 원장님은 수락할 것 같지 않다”고 하자 김 처장은 “수락 가능성이 높다고 추천할 수도 없고요, 참”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김 처장은 “검사 출신은 오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판사 출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대화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8일 첫 회의를 가진 것과 관련해 영향력 행사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가 후임 공수처장 추천 권한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후임자 물색이나 거론 자체도 부적절한 행위다. 김 처장은 "후임자를 예상한 것"이라고 변명하나, 후보 추천위원이나 정치권 로비를 깔고 있는 게 아니냐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두 수뇌부는 구속영장 청구 시기를 신중히 고려하자면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3인을 거론해 '영장판사 쇼핑'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공수처는 8일 감사원 3급 간부의 뇌물수수 혐의 구속 영장이 기각되는 등 김 처장 재임 기간 중 4차례 영장 청구가 모두 좌절됐다. 감사원 간부 기각 사유를 보면 “직접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 “뇌물 액수 산정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 등 수사 부실을 지적하고 있으나, 수뇌부는 판사 성향을 좇는 인상이다. 근본적인 변화 없이 공수처가 제 기능, 제 역할을 하길 바라기는 어려운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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