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1월이 제법 남았건만, 변덕스러운 날씨 변화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겨울 외투를 꺼내고 가을 옷을 옷장에 넣기가 무섭게 다시 가을 옷을 찾고, 또다시 겨울 옷을 찾는 일이 일상이 됐다.
지난 24일은 절기상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었다. 때맞춰 본격적인 겨울을 알리는 일기예보에 추위가 먼저 찾아온다는 경기 연천군의 한 공원을 찾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어둠 속을 달려 도착한 공원 주변에는 찬바람만 매서울 뿐, 기대했던 새하얀 서리는 볼 수 없었다. 아름다운 일출을 본 것에 만족하며 돌아서려는 순간 발밑 잡초에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무서리가 내 손을 잡았다. 다양한 형태의 무서리를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국화꽃 저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학창 시절 자주 들던 가곡 '고향의 노래'에 등장하는 순우리말 무서리는 늦가을 땅에서부터 올라오는 찬 기운이 습한 공기와 만나 응결돼 생긴다. ‘무서리 세 번에 된서리 온다’는 옛말이 있다. 무서리에서 된서리로 바뀌면 겨울이 시작되는 것이다. 된서리가 내리면 수확기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준다. 그래서 서리 중 가장 무서운 서리가 된서리다. 농민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으면 국어사전도 된서리를 “모진 재앙이나 억압을 당한다”로 확장해 풀이했을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다. 된서리가 내리기 전에 서둘러 벌여놓은 일들을 수확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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