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이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아
휴전선과 가까운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에 전직 대통령 전두환(2021년 사망)씨의 유해를 안장하려던 계획이 결국 무산됐다. 토지주가 땅을 팔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가계약까지 갔던 토지 매매 계약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전씨 안장 예정 지역의 토지 소유주 A씨는 6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가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본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앞으로 팔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올해 3월쯤 친분이 있는 지인 B씨로부터 “요양원과 캠핑장을 지으려 하니 땅을 팔라”는 제안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A씨와 B씨는 해당 부지 6만6,000㎡를 3.3㎡(1평)당 30만 원씩으로 쳐서 총 60억 원에 가계약했다. 하지만 휴전선에서 가까운 이 땅에 요양원 등을 세우려면 군 당국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해 본계약이 무산됐다. A씨는 “B씨가 차일피일 미루고 돈을 안 가져오는 와중에 전씨 유해를 이 땅에 안장한다는 소식이 들려 땅을 안 팔기로 했다”며 “이제 돈을 싸들고 와도 안 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결국 2년 이상 서울 연희동 자택에 임시 안치 중인 전씨 유해의 안장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B씨와 전두환 유족이 어떤 관계인지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A씨는 “B씨는 군인 출신도 아니고 그냥 친분이 두터운 지인”이라며 “그가 땅과 관련해 전씨를 언급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전씨 유족들이 파주 장산리에 유해를 안장하려 했던 건 전씨가 생전에 ‘파주 땅에 묻히고 싶다’고 유언을 했기 때문이다. 또 전씨는 국군보안사령관 재직 직전에 1사단장으로 근무하면서 파주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장산리 마을이장 C씨는 “(전씨가) 1사단장으로 있을 때 이곳이 작전지역이라 훈련을 많이 했다”며 “작전이 아닐 때도 가끔 찾아 북쪽 땅을 바라보곤 했다는 얘기를 마을 어른한테 들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생전 회고록을 통해 ‘북녘 땅이 바라다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전씨 유해의 장산리 안장 계획이 알려지자 파주 지역에서는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파주노동희망센터 등 파주지역 11개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산리 뿐 아니라) 파주 그 어디에도 학살자 전두환을 편히 잠들게 할 곳은 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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