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장악 하원, 극우파 반대 타협안 의결
‘트럼프 리스크’에 나토 임의 탈퇴 금지 규정
미국의 내년 국방 분야 정책과 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안(NDAA)이 보수 강경파의 시비로 불붙은 ‘문화 전쟁’을 뚫고 의회를 완전히 통과했다. 3만 명 수준인 현행 주한미군 규모는 유지될 전망이다.
미국 하원은 14일(현지시간) 본회의에 상정된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NDAA를 찬성 310표, 반대 118표로 가결했다. 민주당에서 45명, 공화당에서 73명이 각각 반대표를 던졌지만 찬성 비율이 의결에 필요한 3분의 2를 넘겼다. 원래 과반이 찬성하면 의결되지만, 공화당 극우 강경파에 의해 제동이 걸릴 것을 걱정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법안 표결 진행 여부를 묻는 절차 투표를 생략하면서 기준이 올라갔다. 존슨 의장도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소속이다.
전날 상원에 이어 이날 하원까지 통과해 발효되기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만 남은 NDAA는 양원 군사위원회가 합의한 단일안이다. 상·하원 협상 과정에서 공화당 강경파가 하원안에 욱여넣은 국방부 원정 임신중지 지원 정책 폐지, 성전환자 치료 예산 할당 금지 등 보수 편향적 내용이 빠졌다. 현장 토론에서 공화당 강경파인 칩 로이 의원은 “군이 사회의 방향성과 어긋나도록 방치한 법안을 지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분열된 정부에서 입법을 추진하려면 타협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하원의 법안 처리로 미국의 내년 국방 예산은 직전보다 3%포인트 늘어난 8,860억 달러(약 1,145조 원)로 사실상 확정됐다. 예산에는 중국 억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관련 예산 115억 달러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8억 달러 등이 포함됐다. 병사 급여는 대폭(5.2%) 인상된다.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와 같은 2만8,500명으로 유지하라는 요구가 다시 들어갔다. 한미 정상이 4월 채택한 ‘워싱턴 선언’이 반영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공약도 강화됐다. 전시작전통제권 한국 이양 절차 관련 진행 상황을 보고하라는 주문은 의회가 새로 넣은 내용이다.
이번 NDAA에는 상원 승인이나 의회 차원의 법안 없이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탈퇴할 경우 이를 위한 예산 사용이 금지된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민주당 팀 케인 상원의원과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초당적 요구가 수용되면서다. 나토 탈퇴는 재집권 가능성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때부터 줄곧 거론한 것이다. 다만 시효상 내년 NDAA는 2025년 1월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대통령과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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