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사업 통해 상권 활성화"
'특별법' 통과로 주변 지역 기대감
"막대한 사업비 마련 힘들어"
현실론 만만찮아 무관심도
"부동산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건 자명한 일이다. 개발에서 소외됐던 지역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걸로 본다."(서울 영등포구 공인중개사 A씨)
"지하화한다고 시끄럽게 한 지 10년이 넘었다. 자식들 세대에나 혜택을 보지 않을까."(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주민 B씨)
경부선, 경인선 등 수도권 지상 철도 지하화에 들어갈 천문학적 사업비 조달의 근거가 되는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 개발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이 지난주 국회를 통과하면서 철로 주변 지역이 들썩이고 있다. 특별법은 철도 지하화를 상층부 개발 사업과 연계해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상대적으로 개발 압력이 높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기대'와 '환영'이라는 긍정적 반응이 나오지만 '아직 먼 얘기'라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역에서 신도림·안양역을 거쳐 당정역에 이르는 경부선 32㎞ 구간 지하화를 추진해온 서울 영등포구와 경기 안양·군포시 등의 지자체와 주민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동안 철도가 땅 위로 다니면서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고통이 심했던 데다, 주변 지역 개발 등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영등포역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허모(55)씨는 "철도는 시민의 발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낙후한 주변 지역 개발을 저해했다"며 "개발 사업을 통해 상권이 활성화되면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도 "지상에 창업·문화·휴식 공간, 녹지를 조성하는 등 경부선 일대 종합발전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용역비 3억5,000만 원을 이미 편성했다"고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경부선과 경원선(청량리~도봉산) 일부 구간이 통과하는 용산구 주민들도 서울역에서 한강철교까지 이어지는 지상 철도 구간에 가로막힌 지역 개발이 빨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인근에 사무실을 둔 강은씨는 "숙대 등 대학을 접하고 있는데도 철공소가 즐비하고 밤이면 길거리에서 술판이 벌어지는 환경 때문에 상권이 살아나지 못했다"며 "지역을 단절시켜 발전을 저해해온 철도를 지하화하는 사업이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7년 대선 당시 '단계적 추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등장했던 '경인전철(경인선) 지하화'도 4월 총선을 앞두고 특별법이라는 지원군과 함께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벌써부터 철로 주변 지역 물건에 '지하화 기대' '호재'라는 단어를 써 붙였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경인선 지하화 착공 시점이나 영향 등을 묻는 질문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개발 호재에 들뜬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는 지자체나 부동산 관계자들과 달리 철로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송내역 인근 아파트에 사는 50대 박모씨는 "경인선 지하화는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나오는 것 같다"며 "특별법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수십㎞ 달하는 지상 철도를 지하화하는 막대한 사업비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인천역에서 주안·부평·부천역을 거쳐 구로역까지 21개 역, 27㎞ 구간을 지하화하는 경인선 사업은 총사업비가 9조5,000억 원(국토교통부)으로 추산된다.
특별법 통과로 철도 부지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우선 사업비를 확보하고 용적률, 건폐율 상향등 특례도 가능해졌지만,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국토부가 철도 지하화 통합 개발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지자체가 노선별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데만 3, 4년이 소요되는 등 실제 착공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기대감을 낮추는 요소다. 백운역 인근 빌라 주민 60대 김모씨는 "최소 10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걸린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때까지 이곳에 살지 모르겠다"며 "그걸 기다리느니 차라리 재개발 사업에 기대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신중한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철도 지하화 관련 용역에 이제 막 착수한 상태로 지자체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종합계획을 내놓기까지 최소한 2년이 걸린다"며 "언제쯤 착공할지 현시점에서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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