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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미만 '젊은 유방암', 진행 빠르고 치료도 잘 안 돼

입력
2024.01.28 19:10
수정
2024.01.29 20: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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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우영 고려대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김우영 고려대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서구화된 식생활과 비만, 늦은 결혼과 출산율 저하, 수유 감소, 이른 초경·늦은 폐경 등으로 유방암이 게속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김우영 고려대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서구화된 식생활과 비만, 늦은 결혼과 출산율 저하, 수유 감소, 이른 초경·늦은 폐경 등으로 유방암이 게속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유방암은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의 20.6%(2만4,923명·2020년 국가암등록통계)를 차지해 ‘여성 암 1위’다. 최근 19년간 유방암은 3.9배나 늘었고,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구화된 식생활과 비만, 늦은 결혼과 출산율 저하, 수유 감소, 이른 초경·늦은 폐경 등으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늘어난 점 등이 주원인이다. 또한 ‘국가 암 검진’으로 건강검진이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김우영 고려대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유방암이 ‘여성 암 1위’에 오를 정도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다 40세 미만에 걸리는 ‘젊은 유방암’ 발병률도 미국·유럽 등보다 2배가 넘어 이들도 유방촬영술·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어떤 증상이 나타날 때 유방암을 의심해야 하나.

“통증이 없고 딱딱하고 잘 움직이지 않는 멍울이 생기거나, 유방 피부가 귤껍질처럼 두꺼워지고 거칠어지고 붓거나, 유두나 피부가 함몰되거나, 유두에서 피 섞인 분비물이 나오거나, 유방 굴곡이나 모양, 색깔이 변하면 유방암 증상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유방암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유방 통증은 암과 관계없는 것으로 밝혀져 있지만 생리 주기와 관련 없는 유방통이 계속되면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유방암 예방과 조기 발견 방법은 없나.

“유방암 발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확실한 예방법은 없다. 하지만 유방암 발생 위험 인자를 피하는 생활 습관을 가지는 게 유방암 예방에 도움 된다. 이른 초경, 늦은 폐경, 임신, 출산·모유 수유를 하지 않거나, 30세 이후 첫 출산하는 등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노출 시간이 늘어날수록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유방암 증상이 없더라도 유방암 자가 진단법으로 유방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폐경 전 여성은 생리가 끝난 직후와 5~7일 이후 자가 검진을 하는 게 좋다. 또한 임신이나 폐경으로 생리가 없을 때에는 일정한 날을 정해 한 달에 한 번씩 자가 검진을 하면 된다.

또한 가족 중에 대장암·전립선암·췌장암·난소암 등 암 가족력이 있다면 유방촬영술과 초음파검사를 받는 게 좋다.”

-유방암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유방암은 ①호르몬 수용체(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양성(+) 유방암(유방암의 70% 차지) ②HER2(인간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 양성(+) 유방암 ③삼중 음성(-) 유방암 등 3가지 아형(亞形)으로 나뉜다. 이 중 삼중 음성(-) 유방암은 예후(치료 경과)가 가장 나쁜 편이다.

유방암은 진단 나이, 병기(病期), 병리학적 특성(호르몬 수용체, 조직학적 등급, 세포 분열도 등), 환자의 전신 혹은 심리 상태 등을 고려해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내분비 치료, 표적 항암제 치료, 면역 항암제 치료 등을 적용한다.

대부분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순으로 진행된다. 유방 전(全)절제술을 할 경우 유방 밑이나 겨드랑이 쪽으로 절개해 시행하는 내시경 및 로봇 유방 절제술이 증가하고 있다.

암 종양이 크거나, 림프절 전이가 있거나, 삼중 음성(-) 유방암·HER2 양성(+) 유방암이라면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해 종양 크기 및 림프절 전이를 줄이고 수술을 최소화한다.

종양이 크거나, 미용적 측면을 고려한 수술로 인해 유방이 심하게 변형될 것으로 예상되면 종양성형술이나 전(全)절제술 및 유방재건술을 시행해 환자 삶의 질을 높인다.

삼중 음성(-) 유방암 중 고위험군이라면 항암화학요법과 면역관문억제제(면역 항암제)를 동시 혹은 단독으로 수술 전후에 쓸 수 있다. 전이 혹은 진행성 유방암이라면 항암화학요법뿐만 아니라 면역항암제 치료도 추가하는 등 다양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유방암은 폐경 전에 많이 발생하는데.

“그렇다. 폐경(평균 50세) 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조기 유방암의 50% 정도) 서구보다 2배 이상 발생률이 높다. 그런데 40세 미만에게서 발생하는 ‘젊은 유방암’은 진행이 빠르고 치료가 어려운 ‘삼중 음성(-) 유방암’일 때가 많다.

삼중 음성(-) 유방암은 치료에 쓰는 항암제가 제한적인 데다 뇌·폐로 전이도 잘 되고, 암이 전이되면 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 재발 확률도 아주 높고, 재발 시 뇌 전이가 생기는 등 예후가 나쁜 경우가 많다. 삼중 음성(-) 유방암이 전이·재발되면 생존 기간은 1년 내외에 불과하다.

그런데 무료로 진행하는 유방암 ‘국가 암 검진’은 40세 이상 여성에게 2년에 한 번 유방촬영술(유방을 압박해 X선 촬영)을 시행하게 해 조기 발견되는 유방암이 크게 늘고 있지만 젊은 여성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40세 미만 젊은 여성은 출산, 육아 및 사회적 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이기에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기 쉽지 않고, 잦은 병원 방문에 부담도 크다. 이 때문에 유방암 발견이 늦어져 이미 많이 진행된 뒤에야 발견될 때가 적지 않다.”

-젊은 유방암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40세 미만 젊은 유방암 환자는 장기 생존을 고려해야 하고, 가임기 여성인 만큼 앞으로 임신 계획을 위해 가임력 보존을 고려해야 하는 등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또한 젊은 유방암 환자는 수술 상처나 미용적 부분에 신경도 많이 쓰는데, 삼중 음성(-) 유방암 치료는 유방 재건도 쉽지 않은 편이고,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도 중요하다. 따라서 40세 미만 젊은 유방암을 치료하려면 유방외과·종양내과·병리과·핵의학과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성형외과·정신건강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와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우리 병원에서는 ‘젊은 여성 유방암 클리닉’을 두고 40세 미만 유방암 환자 진료·자기공명영상(MRI) 검사, 9개 진료과가 치료 방침을 논의하는 다학제 진료, 수술 시간 확정까지 모두 하루 만에 결정한다. 치료도 최소 1주일 이내 시작되도록 하고, 추가 검사와 유방암 의심 환자의 조직 검사도 15일 이내 시행하는 등 치료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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