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득, 저서 '위기의 대통령'에서 주장
"2019년 9월 6일 만찬서 조국 관련 대화"
함 "文, 조국 수사 용인한 것" 해석
"조국 사태가 정권 교체 불렀다"지만 반대 견해도 많아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 등 요직을 거쳤다. 하지만 2022년 반대 진영의 대선 후보로 나섰다. 그 배경을 놓고 여전히 해석이 분분하다.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곧 발간할 저서 '위기의 대통령'에서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이 당시 윤석열 총장과 문 대통령이 갈라선 결정적 계기였다며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했다. 대통령학의 대가로 꼽히는 함 원장은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로 이사하기 전까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교류가 활발했다.
"2019년 9월 6일 文·尹 독대...조국 관련 대화"
본보가 28일 입수한 책 내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19년 9월 6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총장과 독대해 저녁식사를 했다. 동남아 3개국 순방 직후였다. 함 원장은 독대 배경으로 “친문 핵심 실세들과 청와대 참모들이 반대했으나 문 대통령의 결단을 통해 이뤄졌다”고 썼다.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면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조국 후보 가족의 각종 비리 의혹이 연일 언론에 도배됐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상세히 설명하며 임명을 만류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만찬에서 나눈 대화 내용도 책에 담겼다.
▶문 대통령: “(윤 총장 설명을 들은 뒤) 그럼 조국 수석이 위선자입니까?”
▷윤 총장: “제 상식으로는 조국이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정경심을 기소하겠습니다.”
▶문 대통령: “꼭 그렇게 해야 합니까.”
▷윤 총장: “법리상 그렇게 해야 합니다.”
함성득, 정보 출처 관련해 "尹에게 직접 질문했다"...관련자들은 확인 거부
독대 사실과 대화 내용은 당사자만 안다. 함 원장은 정보 출처에 대해 “당시 집권 세력 관계자들과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윤석열 전 총장에게 궁금한 사항들을 직접 질문했다”면서 “그러면서 그간의 사정을 파악했고 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냈다”고 썼다. 윤 대통령에게 직접 사실을 확인했다는 의미다.
함 원장은 “노영민 비서실장, 윤건영·양정철을 비롯한 친문 핵심 실세들, 이해찬 당대표, 조국 등은 (단독 회동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노영민 전 실장은 본보의 문의에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문 전) 대통령님 일정에 대해선 언급할 게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문 전 대통령 측에도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함성득 "文, 조국 수사 용인한 것" 해석
문 대통령이 윤 총장과 독대를 통해 '조국 수사'를 용인했다는 것이 책의 해석이다. 함 원장은 “문 대통령은 자신의 질문에 대한 윤 총장의 대답을 묵시적으로 용인했다. 윤 총장의 의사를 존중했고 사실상 승인한 것”이라고 적었다. “그날 문 대통령은 '앞으로 조국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른 사람을 거치지 말고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거쳐 바로 직접 보고하라'고까지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이런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해석은 다를 수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수사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것이 수사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반대에도 조 장관은 임명됐다. 함 원장은 배경으로 친문재인계 핵심 인사들을 지목한다.
"윤 총장을 단독으로 만난 후 문 대통령은 긴급 참모 회의를 진행했다.(중략) 윤건영과 노영민을 비롯하여 조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참모들은 조국 임명을 개진했다.”
반면 참모회의에서 김조원 당시 민정수석은 문 대통령에게 조국 사퇴를 건의했다고 한다. 참모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조국 사퇴로 기울었지만, 친문계 핵심들이 여러 방법으로 문 대통령의 마음을 바꿨다고 책은 주장한다. 조국 임명 쪽으로 기류가 바뀌자 윤 총장은 9월 8일 김조원 수석에게 “조국을 임명하면 저의 조국 수사 의견에 대한 불신임이니 저는 사임하겠다”고 했지만 주변 설득에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윤 총장은) 사표를 내지 않고 조국에 대한 수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결심을 김 민정수석에게 전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문 대통령은 조국에 대한 수사는 철저하게 하라고 했다.”
"조국 사태가 정권 교체 불렀다"
조 장관 임명 강행 이후 국민 여론은 더욱 냉랭해졌다. 함 원장은 “문 대통령은 2019년 9월 20일 유엔 총회에 참석하면서 자신이 귀국하기 전에 조국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도 내렸다”고 적었다. 이후 조 장관이 실제 사퇴하기까지 3주가 걸렸다. 친문계 핵심 인사들은 '검찰개혁을 좌절시키기 위해 검찰이 조 장관을 편파 수사하고 있다'며 반대했다. 진보와 보수 단체의 찬반 시위가 격화하며 국론이 분열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더 버티지 못하고 뒤늦게 조 장관을 사퇴시켰다는 게 책의 결론이다.
함 원장은 조국 사태가 윤 총장의 정계 진출 계기가 돼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그는 "조국을 장관에 임명하지 않았으면 문 대통령은 나름 견고한 지지율을 기초로 집권 후반부를 제대로 마무리하고 정권을 재창출할 기회를 얻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정권에 대해 애정이 있고 도리를 생각해 온 윤석열 검찰과 대치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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