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뗑킴·안다르 등 신진·중소 브랜드 인기
과거 '한국 브랜드=가성비' 인식했지만
현재 개성 강하고 따라 하고 싶은 문화로
2월 21일 아침부터 일본 오사카 한큐백화점 우메다 본점에서 현지인 수십 명이 줄을 서는 '오픈런'이 벌어졌다. 한국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 뜨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마뗑킴'의 팝업스토어를 찾은 고객들이었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지난해 10월 도쿄 시부야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가 12일 동안 매출 5억 원을 벌어들인 데 힘입어 두 번째로 연 것이다. 마뗑킴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를 열 때마다 성과가 좋아 4월 나고야, 5월 도쿄에서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패션·뷰티 브랜드가 일본에서 현지인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일본 진출을 위한 첫걸음으로 현지에 여는 팝업스토어가 오픈런을 일으키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면서다. 일본은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K패션·뷰티로 번지고 있고 시장 규모도 커 불황기를 겪는 한국 브랜드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도 아닌 신진 브랜드 일본에서 통해
특히 현지인의 주목을 끄는 건 대기업 제품이 아닌 한국 MZ세대 사이에 인기를 끄는 신진, 중소 브랜드들이다.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는 지난달 22~27일 오사카 한큐백화점 우메다 본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서 일 최대 100만 엔(약 885만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현지인의 평균 객단가는 한국보다 43%나 높았다. 뷰티 브랜드 닥터지는 10일까지 일본 시부야 대형 쇼핑몰 '모디'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인데 일본 전속 모델 샤이니의 의상을 전시하면서 오픈 사흘 만에 방문객 3,000여 명을 끌어모았다.
이 같은 인기는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일본 MZ세대 사이에 K패션·뷰티를 소비하는 유행이 생겨서다. 과거 현지인들은 한국 브랜드를 가성비 있는 제품으로 인식했으나 최근 세련되고 질 좋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한국적 분위기와 함께 뚜렷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고객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가 일본에서도 통한다"며 "한국의 신진 브랜드도 질적 성장을 이루면서 해외에서도 구매 가치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소비자 체형 비슷하고 문화 차이 적어
한국 브랜드 입장에서 일본 시장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국내로 흘러 들어오는 소비자도 많아 진출이 쉽다. 계절, 기후 조건과 함께 소비자 체형도 비슷하며 서구권에 비해 문화적 차이가 덜한 것도 장점이다. 일례로 안다르는 한국에서 Y존이 부각되지 않는 레깅스로 인기를 끌었는데 보수적인 일본에서도 같은 이유로 관련 제품이 잘 팔린다고 한다.
시장 규모도 크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조사한 '2030년을 향한 섬유산업의 전망'에 따르면 일본 패션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8조6,000만 엔(당시 환율 기준 약 100조 원)으로 국내 시장의 두 배에 달했다. 일본은 꼼데가르송, 이세이 미야케 등 글로벌 브랜드를 배출하며 패션 선진국으로 꼽힌다.
이에 팝업스토어에서 나아가 본격적으로 유통 판로를 뚫으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안다르는 일본에서 정식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검토 중이며 현지 물류센터 시스템을 활용해 빠른 배송도 고민하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부터 도쿄에서 쇼룸을 열고 현지 바이어들이 다양한 한국 브랜드 제품을 사들이도록 이끌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특별 협업 상품을 제안하거나 참여하지 않은 브랜드 관련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며 "K패션의 개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 시장 비중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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