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중앙박물관 다음 달 4일부터 '수보회향' 전시
10년간 보존처리해온 불교유물 등 47점 일반 공개
정조가 중건한 경기 화성 용주사의 감로도 등 눈길
1984년 도둑맞은 뒤 30년이 더 지난 2018년 되찾았을 때는 맨눈으로 봐도 훼손이 심했다. 가로 3.35m, 세로 1.84m에 이르는 큰 그림이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족자에서 그림만 떼어내 훔쳐 가는 과정에서 위아래 부분이 일부 떨어져 나갔고 돌돌 말아서 꽁꽁 숨겨두다 보니 그림이 꺾인 부분마다 칠이 떨어졌다. 1790년 조성된 경기 화성 용주사의 감로도(甘露圖) 이야기다.
2021년부터 본격 복원작업에 들어간 감로도가 다시 완성된 형태로 일반 관객들에 선보인다. 다음 달 4일부터 서울 견지동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수보회향(修補廻向), 다시 태어난 성보' 전시를 통해서다.
4일부터 '수보회향'전 ... 보존처리된 불교 유물 47점 나온다
수보는 불교 용어로 보존처리 작업을 말한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문화재청과 손잡고 아직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잘 보존하면 문화재 등록 가능성이 높은 문화유산들을 보존처리하는 '문화유산 다량소장처 보존관리 지원 사업'을 10년 전부터 해왔다. 각 사찰 등에서 후보작을 내면 10여명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 위원회가 보존처리 대상을 정하는 방식이다. 수보회향전은 그 10년간의 작업을 결산하는 자리로 그간 보존처리한 47점을 선보인다.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용주사 감로도다. 감로도는 아귀 지옥에 빠진 어머니를 구원하는 불교 그림으로 출발했으나 나중에는 망자가 좋은 곳에 가기를 기원하는 수륙재(水陸齋)를 위한 그림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이 때문에 그림 하단 중앙엔 흉포한 아귀가 묘사돼 있고 그 양쪽에는 이승에서 겪는 여러 고난을 묘사해뒀다. 그림 상단 중앙에는 일곱 분의 부처가 있고, 그 양쪽에는 망자를 좋은 곳으로 모시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정조의 마음 담긴 감로도 ... 문화재 지정은 안 돼
정조가 사도세자 추모를 위해 용주사를 중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감로도는 할아버지 손에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고자 하는 정조의 마음까지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그림 자체의 가치도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하단부의 그림은 비슷한 시기 다른 풍속도와 연관성이 크고 특히 당시 청나라에서 갓 들어온 그림체가 적극 반영됐다는 점에서 영·정조시대 회화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감로도는 여태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18세기 후반 작품이라는 점도 컸다.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은 "대략 17세기 중반 이전의 유물만 문화재로 지정되는 경향이 있다"며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18, 19세기 유물에 대한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존처리 뒤 실제 보물로 지정되는 사례도
수보회향전에 공개되는 1724년 작 전남 순천 송광사의 '석가모니후불도'는 수보작업 뒤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됐다. 그간 조성연대를 알 수 없었던 경북 예천 용문사의 '목조지장보살좌상'은 보존처리를 위한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등을 통해 그 조성 시기가 15세기쯤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서봉 스님은 "지금 이 순간도 문화유산 훼손은 진행 중이란 생각에 마음이 급하지만 연간 예산이 5억 원대에 불과하다 보니 연간 수보작업 건수가 2, 3건에 불과하다"며 "예산이 10억 원 이상은 돼야 본격적인 수보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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