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를 알리, 큐텐에 매각하는 방안이 재추진된다고 한다. 11번가는 해외에 인수ㆍ합병(M&A)된 적 없는 유일한 토종 1세대 플랫폼이다.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에 직접 진출하기보다 토종 플랫폼과 협력 또는 M&A를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커머스 분야에서 한국 토종 플랫폼은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경쟁력이 높다. 글로벌 기업이 많은 매수 비용이 들더라도 국내 플랫폼 기업의 미래 가치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이유다. 그러나 투자 이후 수익에 대한 배당 문제를 놓고 ‘국부 유출’ 등 부정적 시각도 있다.
얼마 전 금융당국은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주주 환원을 위한 배당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배당은 주주 환원을 위한 기본 조치이며 소액주주도 차별받지 않는 투명한 방식이다. 외국 자본에 대한 고배당 국부 유출 논란은 투자에 대한 투명한 주주 환원을 가로막는다.
이베이의 옥션 인수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플랫폼 기업 간 최초의 M&A였다. 당시 1조4,000억 원이라는 금액은 닷컴 위기로 흔들리던 국내 벤처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베이는 수평적 투자로서 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토종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적극 투자했다.
그러던 중 이베이가 10년 만에 본사 배당을 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국부를 빼돌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이베이 본사는 한국 자회사 이베이코리아를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바꿨고 결국 신세계에 팔렸다.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 효과는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배당을 해서 국부가 빠져나갔다는 의견은 올바른 것인가.
반대로 최근 신한은행은 신한베트남은행이 좋은 실적을 냈음에도 베트남 규제로 인해 배당금을 못 받고 투자금을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신한은행은 수익화를 위해 소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국에 투자한 글로벌 기업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몇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국내에 투자한 글로벌 기업은 국내 사업을 영위하며 부가 가치는 물론 일자리도 만들고 납세 의무도 다한다. 투자 수익으로 배당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외국 자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생긴 것이 사실이다. 다만 유통 산업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데 국내 시장에만 인식이 매몰돼 세계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경쟁력은 물론 장기 생존은 멀어질 것이다. 산업이 꾸준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외국 자본이 국내에 올바로 투자하고 정당하게 수익을 가져간다면 그 사실을 축하해줄 수 있는 태도와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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