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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력·패키지력이 지역 경쟁력

입력
2024.04.11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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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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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 반도체 HBM(고대역폭메모리), 직주락(직장·주거·오락), 여행패키지, '15분도시'(15분 내 인프라 접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시간관리와 더불어 콘텐츠 간 적절한 조합이 성공 확률을 높인다는 시사다. '분초사회'(2024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시간 가성비인 '시성비'가 중요하기에 고객 시간관리와 소유·창출하는 콘텐츠 간 윈윈관계를 반드시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지방정부의 행정은 지역 내 콘텐츠 집중으로 공간력과 패키지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코리아 2023'에 따르면, '공간력'은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이다. 패키지력은 무엇인가? 여행패키지의 경우 시간 제약하에 경험을 최대화하는 상호보완 프로그램을 조합하는 것이고, 반도체 패키징은 칩이 차지하는 공간은 최소화하고 기능은 최대화하는 첨단기술 결합이다. 콘텐츠 간 관계 고려 없이 여행상품을 만들고, 칩을 한 공간에 쌓은들 패키지력이 생기진 않는다.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연계하느냐가 공간력·패키지력을 창출하고 경쟁력을 좌우한다. 대형 매장의 경우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더 크게 혹은 상호관계성이 증명된 콘텐츠를 패키징해 다양하게 접하게 하거나, 더 작게 구분된 패키지로 접근성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지역의 경우 시·청·후·미·촉각 등 오감만족을 위해서는 시간·비용·거리·장소의 콤팩트함이 선결조건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콘텐츠 연계를 철저히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지역사업이 문화·체육·관광 자원 등을 압축시켜 시성비·가성비 경쟁력을 갖추도록 데이터에 입각해 추진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럴듯한 추론이나 상관관계 이상의 논리적 인과관계에 근거해 콘텐츠를 결합시켜야 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기술테크시대, 손가락 검색으로 언제든지 우리나라로 이동할 수 있는 디지털주민 수억 명이 시성비·가성비를 재보며 우리 주위를 맴돈다. 디지털유민의 손가락 클릭 확대는 셀 수 없는 축복이다. 공간력과 패키지력을 갖춘 구성만이 디지털유민의 주민화를 확대할 수 있다. 지구촌이 됐지만, 지구인은 여전히 시간이 빠듯하고 지갑은 넉넉하지 않다. 인터넷의 눈길을 받는 지역이 되려면 방문자의 마음으로 건물과 관광시설 등의 연계와 인구밀도를 높여 거리·시간·비용을 챙겨줘야 그들의 구미를 당기고 다시 방문하려는 계산에 착오가 없어진다. 지방소멸위기는 당면한 현실이나, 지역을 위해 언제든지 내어줄 시간이 있는 세계인은 많지 않고, 비용 역시 항상 부족하다. 콘텐츠 집중·압축이 방문을 보장할 순 없지만, 압축 없이 방문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비교적 명확하다.


정환철 국회사무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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