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전 조사본부장 직대 소환 조율
주요 피의자 조사 등 본격 수사 돌입
"특검 고려 안 해... 수사 속도 낼 것"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핵심 인물들에 대한 압수물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마쳤다. 본격 수사에 들어갈 채비를 끝낸 만큼 조만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의자들이 소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23일 "지난주 초 전체적인 디지털포렌식 절차는 모두 끝났다"며 "(자료를) 분석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 이대환)는 앞서 1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국방부 검찰단·조사본부 관계자 등을 압수수색했다. 대통령실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 전 장관이 지난달 임의제출한 휴대폰 포렌식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전담 수사관이 3명밖에 없어 작업이 길어졌다고 한다.
압수물 포렌식 종료는 본격 수사의 시작을 알리는 바로미터 격이라 주요 피의자 소환도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채 상병 사건 결과를 보고하거나 지시·관여한 국방부 김동혁 검찰단장·박경훈 조사본부장, 유 법무관리관, 박 전 군사보좌관, 김 사령관 등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7월 폭우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채 상병 사건을 경찰에 넘기라고 했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하루 만에 보류한 뒤 자료를 회수한 과정에 연루된 당사자다.
사건의 '키맨'은 단연 이 전 장관이다. 그는 국방부 상대 수사의 '정점'인 동시에 대통령실 개입 여부를 밝히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 전 장관은 경찰에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하기 전 대통령실에서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의 사건 자료 회수 결정 직전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유 법무관리관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한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공수처는 유 법무관리관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상대로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조사본부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넘겼다가 되찾아온 '채 상병 사건' 기록을 재검토했다.
변수는 정치권의 움직임이다.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 29일 이전에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벼르고 있다.
공수처는 특검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일정 및 계획에 맞는 진행이 시급해 특검을 고려할 여유가 없다"면서 "수사 지체 지적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살아있는 권력'을 조준하고 있는 만큼, 석 달째 이어지는 지휘부 공백은 뼈아프다. 김진욱 전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올 1월 임기 만료로 퇴임하고 선임 부장인 김선규 부장도 사직서를 제출한 뒤 수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권력 수사는 방향과 속도, 범위, 강도, 최종 사법처리 여부 등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책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 상황에서 공수처 수사는 기본 수준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