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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다'라는 말은 직설일지 모른다

입력
2024.05.0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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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꿈과 창작, 공감각의 예술- 1

록밴드 롤링스톤스의 첫 메가 히트곡 'Satisfaction'은 멤버인 키스 리처즈의 꿈의 선물이었다고 한다. wikimedia.org

록밴드 롤링스톤스의 첫 메가 히트곡 'Satisfaction'은 멤버인 키스 리처즈의 꿈의 선물이었다고 한다. wikimedia.org

영국 록밴드 ‘롤링스톤스’의 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Keith Richards)가 1965년 5월 7일 새벽 낯선 도시의 한 호텔에서 깬 뒤 잠결에 녹음기를 켜고 1분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의 선율을 흥얼거리곤 다시 잠들었다. ‘세계적’인 밴드가 되기 전이던 데뷔 3년 차 미국 투어 시절이었다.
다음 날 아침, 간밤 일이 기억 난 리처즈는 녹음기를 되감아 재생 버튼을 눌렀다. “아주 나른한 느낌의 선율이 약 30초간 이어지더니 갑자기 ‘쾅’ 하며 기타 연주가 끼어들었고, 그 뒤론 (내) 코 고는 소리만 들리더군요.”
팝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후크(hooks, 반복악절) 중 하나로 꼽히는 ‘(I Can’t Get No) Satisfaction’의 도입부가 그렇게 탄생했고, 롤링스톤스는 불과 사흘 뒤 믹 재거가 쓴 가사를 얹어 음반까지 녹음했다. 2004년 음악잡지 ‘롤링스톤’은 그들의 네 번째 음반 ‘Out of Our Heads’의 뒷면 첫 번째 트랙에 실린 그 노래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500곡' 리스트 두 번째에 올렸다.

과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가 꿈에서 얻은 힌트로 주기율표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꿈은 시인과 화가 음악가를 특히 편애해 수많은 이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해왔다. 소설가 메리 셸리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에게 각각 ‘프랑켄슈타인’과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모티브를 준 게 꿈이었고, 시인 발레리는 자신의 ‘꿈 일기(dream journals)’를 작가노트처럼 활용했다. 신화와 성경의 한 장면을 그린 숱한 중세 화가들, 19세기 상징주의 화가들의 현란한 판타지와 에로티시즘, 살바도르 달리 등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작품에도 꿈은 은밀히 때론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꿈의 감각은 대개 서사적이고 시각적이다. 그 이야기와 이미지가 그림이나 문학 작품으로 변환되는 과정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노래라니? 악보라니?(계속)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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