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수입 금지 가능"
'관세 폭탄' 하루 만에 중 겨냥 제재 쏟아내
중, '농산물 관세' '미 기업 제재' 등 반격 주목
"대선용 관세"...중, 대응 수위 조절 전망도
전기차를 포함한 중국산 핵심 제품에 '관세 폭탄'을 던진 미국이 연이어 중국 압박 카드를 내놓았다. 중국 커넥티드 차량 금수 조치,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 중단 의제를 꺼낸 것이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까지 '중국 때리기' 강도를 높이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이 명확해지면서 중국의 맞불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15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날 미 상원에 출석,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수입 금지와 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할 수도, 완화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올해 가을쯤 구체적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이 미국 운전자의 △이동 경로 △운전 패턴 △차량 내 대화 같은 정보를 수집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우려다.
커넥티드 차량은 무선 네트워크로 주변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율주행이나 운전자 보조 시스템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카'를 일컫는다. 내비게이션이나 무선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차량 모두 이 범주에 들어간다.
미국 대중 압박 유럽으로 확대되나
미 하원 상임위원회도 같은 날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계약 금지를 골자로 한 '바이오 보안 법안'을 의결, 하원 전체회의로 넘겼다. 하원 감독·책임위원회는 "이 법안은 미국의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중국공산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조치들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관세 인상 결정 직후 나왔다. 백악관은 14일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태양광 장비 등에 대한 관세를 약 2~4배 대폭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과잉생산 억제를 겨냥한 서방의 압박은 유럽연합(EU)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천펑잉 베이징 현대국제관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EU는 곧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미국의 이번 조치는) 유럽이 미국을 따르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은 공히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에 비판의 목소리를 키워 왔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무역전쟁이 미중 간 대결이었다면, 이제는 '미국·유럽 대 중국 간 대결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도 맞대응... 수위는 조절?
'눈에는 눈' 원칙에 따라 미국 제재에 맞불 조치를 실행해 온 중국도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이미 지난달 중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가 고율 관세를 부과할 때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세법(17조)을 개정, 관세 전쟁 장기화 대비책을 마련해 둔 상태다.
이에 따라 중국이 대체재를 찾기 쉬운 미국산 농산물이나 자동차, 전자기기 품목 등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 미국이 대체 공급선을 찾기 어려운 중국산 광물 수출을 제한하거나, 중국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을 골라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
다만 미국의 제재 수준이 보기와 달리 상징적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 내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중국산 전기차 등에 대한 미국의 엄청난 관세는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에 수출된 중국산 전기차는 지리자동차의 폴스타 2,200여 대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이 관세를 인상키로 한 중국산 품목 수입액은 180억 달러(약 24조 원)지만, 전체 중국산 제품 수입액으로 따지면 4% 수준에 그친다. 관세율 인상폭은 컸지만, 실제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대단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천즈우 홍콩대 금융학 석좌교수는 SCMP에 "대선이 예정된 올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중국은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이후 갈등 이완 여지를 염두에 두고 중국도 필요 이상의 대응은 자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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