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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효 만료'로 1심 승소한 日 강제징용 기업... 2심선 1억 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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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효 만료'로 1심 승소한 日 강제징용 기업... 2심선 1억 원 배상

입력
2024.06.20 17:16
수정
2024.06.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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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대법원 판례 적용
1심법원, 패소 깨고 승소 판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다빈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다빈 기자

일본 기업에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했던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이 항소심에서 위자료를 받게 됐다. 1심 선고 이후 나온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항소심 법원이 소멸시효 기간을 달리 계산하면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2-2부(부장 김현미)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A씨 유족이 일본 건설사 쿠마가이구미(熊谷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쿠마가이구미는 원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부 지연손해금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청구액 전액이 인용됐다.

A씨는 22세이던 1944년 10월 일본의 쿠마가이구미 사무소로 끌려가 일하다가 이듬해 2월 사망했다. 60년이 지나 그의 자녀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3년간 조사 끝에 A씨에 대한 피해자 결정이 내려졌다.

재판에서 쟁점은 일본 기업에 대한 유족 측의 청구권이 살아있느냐였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당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해소된 때로부터 3년 이내'에만 행사할 수 있어서다. 강제동원 사건과 관련해 "개인청구권은 한일협정청구권으로 소멸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 자체는 2012년 5월에 내려졌지만, 파기환송심을 거쳐 해당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 건 2018년 10월이었다.

'2012년'과 '2018년'의 선택지 사이에서 1심은 2022년 일본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이 2012년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판결을 내린 이상,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9년 4월에 제기된 이 소송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고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판결 이후 법리가 유지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로서는 2012년부터는 장애사유가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개인의 구제 가능성이 확실해지기 전엔 사실상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법리를 명확히 하면서 판세는 유족 측에 유리하게 바뀌었다. 결국 2심 재판부는 "원고는 2018년 10월부터 3년이 경과되기 전 소를 제기했으므로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했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결론을 뒤집었다.

유족을 대리한 법무법인 덕수의 김성주 변호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 취지에 따라서 1심 판결을 항소심에서 바로잡은 첫 사례로 보인다"면서 "그간엔 이미 소멸시효가 도과됐다는 일본 기업 측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었는데, 대법원이 일종의 기준을 제시했으므로 이 판례가 앞으로도 하급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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