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기대에 시장금리 '뚝'
대출자 원리금 부담 줄어들지만
정부 가계대출 관리 부담은 커져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 하단이 속속 2%대로 내려오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가 반영되며 시장금리가 크게 떨어진 영향인데, '빚내서 집 사자'는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은행채 내림세에... KB도 "최저금리 2.99%"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1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94~5.70%로 집계됐다. 지난달 3일(3.48~5.868%) 금리와 비교해 상단은 0.168%포인트 떨어졌고, 하단은 0.54%포인트나 낮아져 3%를 밑돌았다.
이날 2%대 최저금리를 취급한 은행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 주담대 상품의 5년 고정금리 하단은 앞서 19일 3년 3개월 만에 2.98%를 기록한 뒤 2.94%까지 더 낮아졌다. KB국민은행도 24일부터 주담대 혼합형·주기형 금리를 0.1%포인트씩 내려 최저 2.99%를 적용하기로 했다. 2021년 8월 말(2.92%) 이후 2년 10개월 만의 2%대 금리다.
시장금리가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해 급락하자 이를 기준으로 삼는 대출금리도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준거가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달 3일 3.895%에서 이달 21일 3.454%로 0.441%포인트 하락했다. 19일엔 3.451%로 연저점을 찍기도 했다. 시차를 두고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하는 신규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 역시 지난달 3일보다 상·하단이 0.1%포인트씩 내려온 상태다.
5억 대출 원리금 부담 반년 새 379만 원↓
대출자에게는 희소식이다. 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그만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A은행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연 4.74% 변동금리를 적용했던 지난해 말 주택구입자금 5억 원(코픽스 기준 6개월 주기·대출기간 40년)을 받은 대출자의 연 원리금 상환 총액은 2,790만6,319원에 달했다. 하지만 1%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현재 같은 금액을 빌리면 연간 납입금이 2,411만4,913원으로 379만1,406원이 줄어든다.
정부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가계대출 우상향 곡선이 더 가팔라질 수 있어서다. 20일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362억 원으로 지난달 말(703조2,308억 원) 대비 4조4,054억 원 늘었다. 월말까지 열흘을 남겨둔 시점에 이미 4월 전체 증가 폭(4조4,346억 원)을 따라잡은 것이다. 이들 은행의 연초 이후 가계대출 증가율은 2.2%로, 한국은행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2.5%)에 거의 근접했다. 증가율이 2.5%를 넘어선 개별 은행은 조만간 가산금리 인상이나 대출한도 축소 등 총량 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 증가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최근 한국은행은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 보고서에서 "향후 통화정책 기조가 전환될 경우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