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항공사 기내 편의점 판매 1위
밀폐 공간·장시간 여행 등 영향
더 자극적이고 맛있게 느껴져
외국인에 'K라면' 알릴 기회
농심·오뚜기 기내식 공략
비행기에 탑승하면 꼭 라면을 먹는다.
배우 한소희
배우 한소희는 지난해 패션 매거진 'W Korea' 유튜브 채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실제 한소희처럼 기내식은 라면만 먹는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2023년 6~8월 에어프레미아가 운항하는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등 장거리 노선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도 컵라면(19.6%)이었다. 지난해 제주항공의 기내 편의점 '에어카페'에서 가장 많이 팔린 품목도 라면(20.7%)이었다. 하늘에서 먹는 라면은 더 맛있고, 특별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기내식 라면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라면과 다른 제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농심과 오뚜기 측 모두 "기내용으로 공급되는 제품과 일반 제품은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제품 자체의 맛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봉지라면이든, 컵라면이든 하늘에서 먹는 라면이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심리적 이유가 크지 않겠느냐는 게 라면업계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이다 보니 라면 냄새가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고 해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매콤하고 칼칼한 라면이 그리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유야 무엇이든 하늘 위에서 먹는 라면이 별미로 인정되다 보니 식품 기업들도 기내식 라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농심은 1997년 업계 최초로 대한항공에 신라면을 공급한 이후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 전(全) 항공사로 판매처를 넓혔다. 2013년 5월에는 업계 최초로 신라면 컵 제품을 세계 최대 항공사인 미국 아메리칸항공 기내식으로 공급하기도 했다. 현재 수십 여 곳의 외항사에도 기내식으로 신라면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초창기에는 신라면만 기내식으로 공급했지만 지금은 오징어짬뽕, 튀김우동, 짜장범벅 등으로 제품 종류도 다채로워졌다.
사실 농심의 경우 기내식 라면 매출은 수십 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기내식 라면 매출이 한창 성장할 때인 2019년에 20억 원 수준이었다. 2023년 농심이 신라면 단일 상품으로만 1조 2,000억 원의 매출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기내식 비중은 미미한 셈이다. 그럼에도 농심 관계자는 "기내식 라면은 특히 외국인 승객에게 농심 제품을 아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며 "또 라면이 익숙한 국내 고객에게도 기내식 라면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오뚜기도 마찬가지다. 대표 제품인 진라면 외에 다양한 제품을 기내식으로 공급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이스타항공에는 칼로리, 염분 등을 이유로 라면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 저칼로리 라면인 컵누들이나 컵누룽지 등의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관련 매출이 크지 않지만 기내는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호감도도 높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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