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경 출신 변호사 '백현동 수사무마' 1심 무죄… '소개료 지급'은 유죄 벌금형

향응받은 현직 경찰관도 벌금형

임정혁(왼쪽 사진) 변호사·곽정기 변호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 성남시 백현동 사건 수사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 챙기고 현직 경찰에게 소개료를 떼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정기(51·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가 1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을 지낸 그는 총경 출신의 소위 '전관 변호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허경무)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곽 변호사 사건에서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22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모(59) 경감에게도 같은 선고형을 부과하고 약 635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곽 변호사는 2022년 6∼7월 백현동 개발 관련 비리 의혹으로 경찰 수사대상에 오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로부터 수임료 7억 원 외에 공무원 교제 및 청탁 명목으로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을 소개해준 박 경감에게 400만 원 상당 수표를 건넨 혐의도 있다.

박 경감은 이동규 전 KH부동디벨롭먼트 회장과 건설업체 대표 우모씨로부터 각각 120만 원, 115만 원어치 향응을 받은 혐의(부정청탁금지법 위반)로 기소됐다. 검찰은 정 대표로부터 이 전 회장에게 13억3,000여 만 원이 흘러 들어간 정황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범행을 포착했다.

재판에서 검찰은 금품 교부 당사자인 정 대표를 주요 증인으로 들어 혐의 입증에 주력했지만, 법원은 증언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5,000만 원 수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정 대표가 이 전 회장과의 대화 내용을 곽 변호사와 나눈 것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가운데 끼어서 정 대표로 하여금 피고인을 선임하게 한 과정을 보면 전관 변호사로서의 영향력을 얻고자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정 회장과 식사자리에서 녹음된 대화를 보면 피고인은 '수사 마무리'와는 맞지 않은 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곽 변호사와 박 경감이 400만 원을 주고받은 사실은 실재하는 것으로 판단,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이동규로부터 각각 수임료와 아들 결혼 명목으로 수표를 받은 것이라면서 혐의를 부인하지만, 전후 사정을 보면 변호사 선임 소개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박 경감에게 적용된 향응 혐의에도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 대표와 식사자리에서 정 회장 담당 수사관을 불러내려고 했다가 실패하자, 압수수색에 동원됐던 옆 팀 수사관을 불러냈다"며 "법조 브로커로서 이 사건에 개입한 이 전 회장과 별다르지 않은 행태"라고 질타했다.

한편 곽 변호사와 유사하게, 정 대표로부터 검찰 수사 관련 공무원 교제 및 청탁 명목으로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검찰 고검장 출신 임정혁(68·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는 8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회장도 4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