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허연수 부회장 용퇴
오너가 4세 허서홍 부사장 임명
농심 3세 신상열 전무 승진
오리온?삼양도 3세 초고속 승진
모두 신사업 발굴 중책 맡아
“경영 역량?성과 등 입증해야”
주요 유통∙식품 기업의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30~40대 오너가(家) 3, 4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다. 내수 침체, 산업 구조 변화 등 유통 환경이 급변하면서 젊은 오너들의 등판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렇다 할 경영 성과도 없이 단지 핏줄이라는 이유로 3, 4세에게 기업 경영의 중책을 맡기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일 재계에 따르면, GS그룹은 11월 27일 이사회를 열고 GS리테일 신임 대표로 허서홍(47) 경영전략 서비스유닛장(부사장)을 내정했다. 허 신임 대표는 오너가 4세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이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오촌 조카다. 그는 2006년 GS홈쇼핑에 입사해 2019년 GS에너지 경영지원본부장, ㈜GS 미래사업팀장 등을 거치며 그룹 신사업을 이끌어왔다. 특히 허 신임 대표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홍 회장의 동생은 GS리테일(GS25)과 편의점 사업 부문에서 경쟁하는 BGF리테일(CU)을 품고 있는 BGF그룹 홍석조 회장이다.
2015년부터 GS리테일을 이끌어온 허연수(63) 대표이사(부회장)는 조카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용퇴한다.
올해 창업 100주년을 맞은 삼양그룹도 지난달 25일 오너 4세인 김건호(41)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을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을 총괄하는 화학2그룹장에 맡겼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김 사장은 지난해 말 전략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지주사의 미래 전략과 재무를 총괄해왔는데, 이번 인사로 생산 분야까지 관할하게 됐다. 롯데 또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38)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식품업계에서는 3세 오너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최근 농심 정기 인사에서 신동원 회장 장남인 신상열(31) 미래사업실장이 전무로 승진했다. 2019년 농심 경영기획팀 사원으로 입사한 후 5년 만이다. 그는 올해 초 출범한 미래사업실을 맡아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불닭볶음면’ 수출로 사상 첫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또한 3세 전병우(30) 상무가 신사업을 맡고 있다. 그는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손이자,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의 장남이다. 2019년 삼양식품 해외사업부 부장으로 입사한 후 지난해 10월 상무로 승진해 헬스케어, 콘텐츠 등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과자 회사 오리온에서 바이오 등 신사업을 주도하는 '키맨'도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35) 상무다. 그는 2021년 7월 오리온에 입사해 1년 반 만에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포화 등으로 주력 사업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유통·식품사들이 해외에서 유학하며 글로벌 네트워크가 풍부하고 첨단 산업에 밝은 젊은 오너 3, 4세에게 신사업 발굴 등 중책을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경영자로서의 자질이 있느냐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초고속 승진시키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는 명분을 만드는 것이지 경영 환경과는 무관하다"며 "이스라엘은 오너 일가가 임원이 되거나 급여를 받을 때 3년에 한 번씩 소수 주주 동의를 받도록 하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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