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지원안 발표 이어 김문수 현장방문
반도체 업계 "주 52시간제 완화" 요구
김장관 "반도체특별법 제정해야" 화답
대만, 중국 등 경쟁국의 공세적 투자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반도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까지 흔들리며 'K반도체 위기론'이 확산되자 정부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27일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 분담, 14조 원 규모 정책금융 제공을 골자로 한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28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반도체 생산 현장을 찾아 업계의 '주 52시간 규제 완화' 요구에 적극 화답했다.
고용장관 "반도체특별법 제정해야"
김 장관은 이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다. 김정회 협회 부회장, 제임스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남석우 삼성전자 사장,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 등 업계 관계자 15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대화 주제는 단연 반도체산업에 대한 근로시간 규제 완화 요구였다. 참석자들은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반도체특별법' 제정에 정부가 적극 힘을 보태달라고 김 장관에게 요청했다. 해당 법안은 근로시간 특례 제도를 도입해 반도체 연구개발 업무 종사자는 노사가 합의할 경우 주 52시간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남석우 사장은 "급변하는 글로벌시장 환경과 각국의 치열한 경쟁 속에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며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유의미한 시간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김정회 부회장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근로자와 기업의 근로시간 선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한국 근로시간 제도는 반도체 연구개발처럼 특수한 분야에 유연하게 활용하기 어렵다"며 "오후 6시가 되면 연구 중이던 컴퓨터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30분만 더 작업하면 연구 결론이 도출되는 상황인데도 (근무시간 규제 때문에) 장비를 끄고 다음 날 다시 2시간 동안 장비를 세팅하느라 연구가 지연되기도 한다"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김 장관은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적극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연구개발처럼 시급한 분야는 송곳처럼 원포인트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반도체특별법이 제정되면 노사가 충분한 보상과 건강권 보호에 합의한 가운데 근로시간 선택이 확대돼 산업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 책임 노동자에 떠넘기지 말라"
노조는 정부 입장에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반도체특별법은 노동자들의 과로사·직업병 문제를 외면하고 건강과 안전, 노동기본권을 위협하는 반노동 행위"라고 질타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삼성전자 등에서 언급하는 반도체 위기 원인은 경영전략 실패 때문"이라며 "그 책임을 노동자에 전가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개별 반도체기업 노조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SK하이닉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그간 주 52시간 근로시간 내에서 직원 개인 상황에 맞춰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설정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면서 성과를 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이에 역행하는 제도로 기업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역시 "노동자들은 이미 주말 특근과 연장 근무를 강요받고 있는 만큼 회사 경쟁력 약화는 노동시간 부족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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