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시중은행과 '상생 금융' 논의
올 초 2.1조 원 상생 기금 낸 은행권
금리 인하에도 대출 금리는 올려 수익↑
"은행이 이익 내면 비판받는 이유 고민"
금융당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권에 '상생 금융'을 요구하면서 시중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은행권 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생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작 내년에는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및 은행연합회 등은 최근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에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가졌다. TF에서는 은행권의 상생 기금 규모와 지원 대상 및 방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에선 이미 여러 차례 금융권에 상생 의지를 요구해 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엄청난 이익을 내면 칭찬하지만, 은행이 이익을 내면 비판받는다"면서 "그 차이가 뭘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28일 은행 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정례 간담회에서 '자율적인 상생 금융과 사회공헌 활동'을 내년 현안으로 꼽았다.
은행권은 올 초 소상공인 이자 환급 등 2조1,000억 원 규모의 상생 금융을 지원한 바 있다. 은행권의 수익 규모를 보면 올해도 지난해 이상의 상생 금융 규모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3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4조4,172억 원) 대비 11.2% 증가한 4조9,12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였던 2022년 3분기(4조8,876억 원)를 뛰어넘은 수치다. 3분기까지 4대 금융의 올해 누적 순이익은 14조2,654억 원으로 이 역시 전년보다 4.85% 증가했다.
특히 은행의 이자 이익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3분기 국내 은행의 누적 이자 이익은 44조4,000억 원으로, 상반기(29조8,000억 원)에 이어 3분기에도 최고 기록을 이어갔다.
이는 은행권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예대금리차(대출금리-저축성수신금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은행들은 그에 발맞춰 예금금리는 내렸지만, 반대로 대출금리는 높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3%포인트로 전월(1.22%포인트)보다 0.08%포인트 확대됐다.
은행들은 가계부채 급증세를 완화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어쩔 수 없이 대출금리를 올렸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은행의 호실적 배경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탓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높은 금리로 고통받는 차주들은 은행과 함께 당국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상생 금융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에선 내년 은행권의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이 깜짝 금리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내년에도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예상되면서 마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금리 하락기에 진입하게 되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상생에 대한 비용 처리가 내년에 이뤄지는 만큼 부담이 크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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