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 총통, 남태평양 순방...하와이·괌 경유
트럼프 의식한 중국, 훈련 규모 키울 수도
대만해협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선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미국 영토인 하와이·괌을 경유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지독한 독립주의자"라며 라이 총통을 비난해 온 중국은 반발과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마셜제도, 투발루, 팔라우 등 남태평양 지역 우방국 순방에 나선다. 미국 영토인 하와이를 경유해 마셜군도 등을 방문한 뒤 다시 괌을 거쳐 대만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는 지난 5월 취임한 라이 총통의 첫 해외 순방이다.
대만 지도자의 해외 방문은 드물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는 중국은 대만의 외교 행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 지원에 기대고 있는 대만으로선 공식적인 미국 방문 대신 하와이 등을 경유하는 형태의 '간접 대미 외교'를 펴왔다. 대만 지도부와 미 정부 관계자 간 접촉이 있을 때마다 중국은 무력 시위를 펼치며 반발했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사상 첫 대만 포위 훈련을 벌이며 반발했다. 지난 5월 라이 총통 취임 직후엔 '연합리젠-2024A 훈련'을 실시했고, 10월에는 "대만과 중국은 서로 종속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라이 총통 국경절 연설을 문제 삼아 '연합리젠-2024B 훈련'을 펼쳤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은 라이 총통의 이번 순방 직후 '연합리젠-2024C 훈련'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대만 진먼방위사령부는 27일 야간 실탄 사격 훈련을 벌였다. 훈련이 이뤄진 진먼다오는 중국 남부 푸젠성과 불과 4㎞ 떨어진 최전방 지역이다. 라이 총통의 순방 직후 중국의 대규모 훈련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선제적으로 군사 대비 태세를 높인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순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뒤 대만에 어떤 정책을 취할지 불명확한 상황 속에서 이뤄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대만 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미리 발신하기 위해 중국이 훈련 규모를 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라이 총통의 구체적인 하와이·괌 체류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전임자인 차이잉원 총통은 2019년 3월 남태평양 도서국 순방 당시 하와이를 경유한 자리에서 하와이주 방위군 고위 관계자와 회동한 바 있다. 라이 총통 역시 미국과 대만 간 군사적 연대 강조를 위해 미 군 당국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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