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 폐막까지 D-2
산유국 등 방해에 나흘째 지지부진하자
의장 '4차 수정안' 내고 비공식 회의 열어
격론 큰 '생산 규제'는 넣거나 혹은 공란
환경단체들 "생산 감축 절대 양보 안 돼"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협약을 제정하고자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회의 폐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부 국가들의 강한 반대로 협상에 좀처럼 진척이 없자 의장이 4차 수정 제안서를 내놓고 비공식 회의를 소집했다. 제안서에서 의장은 이번 협약의 최대 관건인 '생산 규제' 부문에 두 가지 선택지를 열어뒀는데 그중 하나는 '조항 없음', 즉 공란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 회의 개최 5일째인 29일 오후 4시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INC 의장은 최종 협약문의 밑바탕이 될 '4차 논페이퍼(비공식문서)'를 발표했다. 지난 25일 회의 개막 후 177개국은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 재정 문제 등 광범위한 협상을 벌여왔는데, 중동 산유국과 러시아 등의 반발로 답보 상태에 머물자 의장이 새로운 제안서와 함께 개입에 나선 것이다.
발비디에소 의장은 INC5 개최에 앞서서도 77쪽짜리 기존 협상문을 17쪽으로 간추린 '3차 논페이퍼'를 공개하며 효율적 협상을 유도한 바 있다. 덕분에 개막 첫날 일부 국가들의 반발에도 3차 논페이퍼를 협상 출발점으로 사용하자는 데 합의가 이뤄졌으나, 이후 사흘간의 협상은 "재앙"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지지부진했다. 자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약한 협약'을 원하는 산유국들이 생산·공급·유해화학물질 조치를 협약에 포함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거나,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회의 진전을 '방해'했다는 게 옵서버(참관인)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환경 비정부기구(NGO)들과 '플라스틱 오염' 주요 피해자인 남반구 국가들을 중심으로 의장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자, 발비디에소 의장이 다음 달 1일 폐막 전 결론을 낼 수 있도록 4차 수정안을 낸 것이다. 그러나 국가 간 격론이 가장 거센 '6조 공급·지속가능 생산' 부문에서 의장은 △'제1차 당사국총회(COP1)에서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을 줄이기 위한 목표를 채택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협상안과 △조항 없음이라는 선택지를 함께 내놨다. 회원국들의 토론, 경우에 따라 투표가 뒤따르겠지만 생산 규제가 이번 협약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생긴 셈이다.
강한 협약을 원하는 대다수 국가들과 NGO들은, 생산 규제를 포함한 협약을 성안시키기 위해서 여론전과 각국 정부 대표단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차 수정안 공개에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풀뿌리연대, 그린피스, 플라스틱추방연대(BFFP), 세계자연기금(WWF) 등은 "자발적 조치에 의존한 약한 협약으로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불필요한 피해가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며 "대다수 시민들과 과학자, 기업은 플라스틱 전(全) 주기에 걸친 구속력 있는 국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린피스의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인 그레이엄 포브스는 4차 논페이퍼에 대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려는 어떤 국가든 '생산 감축'을 최종 협약문에 포함시키는 것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릭 린데뷔에르그 WWF 글로벌 플라스틱 정책 책임자는 "(4차) 초안에는 대다수의 국가가 지지하는 고위험 플라스틱 제품과 우려 화학 물질에 대한 구체적인 생산 단계 조치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우리는 각국이 이런 낮은 수준의 목표를 수용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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